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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생활물가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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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생활물가 급등

입력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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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채소가 비싸졌어요? 비싸서 아무 것도 못 먹겠네."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남대문 시장. 오이를 고르던 한 주부의 말에 물건을 팔던 이방녀(66)씨는 "불경기라 장사도 안 되는데 손님들이 비싸다고 영 사질 않는다"며 혀를 찼다. 이 씨는 2월 넷째 주초에 3개 1,000원 하던 오이가 이날은 2개 1,000원으로 올랐다며 오늘 장사도 시원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생필품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 서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돼지고기(육돈) 1㎏ 가격은 지난해 10월 1,935원에서 지난달 3,203원으로 65%이상 올랐다.

또 대형할인점에서 작년 말까지 1,700원 안팎하던 파 한단이 2,700원 선, 작년 11월까지 2,100원 선이던 양파 한 묶음(9개입)이 3,100원 선으로 대폭 오른 가격에 팔리고 있다.

식품업체 대상은 작년 말 콩 식용유(1.8㏄)를 3,050원에서 3,450원으로 13.1% 인상했다. 대두(콩)와 옥수수 국제 가격, 해상운송료의 상승 때문이다. 라면 값도 최근 농심 '신라면'이 520원에서 550원으로 5.7%, 한국야쿠르트의 '왕뚜껑'은 750원에서 800원으로 6.7% 올랐다.

풀무원은 '단단한 두부'(275g)를 1,550원에서 1,750원으로 12.9%, 국순당은 백세주(375쭬)를 이 달부터 2,123원에서 2,222원으로 4.7% 인상했다.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주부들은 "장보기가 화날 정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 2명을 키우고 있는 주부 서정강(35·경기 광주시)씨는 "그렇지 않아도 3월은 새 학기라 입학비, 급식비 등을 포함해 한 아이 당 100만원 가까이 돈이 든다"며 "남편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집 근처 할인점에서 장을 보고 나오던 윤현주(33·경기 의왕시)씨도 "연초에 1,100원대이던 휘발유값이 지금 1,400원대로 오르고, 라면에 이어 우유 값과 공과금까지 오를 예정이라고 들었다"며 "감자·양파 등이 너무 올라 반찬거리 살 게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숙자(63·서울 암사동)씨는 "예전에는 집에 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 간식거리를 사곤 했는데 요즘은 거의 하지 못한다"며 "외식과 나들이 등 돈 들어갈 일은 될 수 있는 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 입장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게 반갑지 않다. 불경기라 손님이 없는데 가격이 오르면 손님이 더 줄고 판매량이 떨어지기 때문. 현대백화점 서울 천호점 축산물 담당 이경환 대리는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도 가격에 대단히 민감해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서 3근 살 것을 2근 반만 사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야채상을 하는 김정순(66)씨는 "지난 주에 1,200원 하던 열무 한단이 이번 주에 2,000원으로 뛰면서 손님이 그냥 가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 손님은 조금만 비싸도 사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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