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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행 집단소송제 걸리면 끝장 목숨걸고 회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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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행 집단소송제 걸리면 끝장 목숨걸고 회계감사"

입력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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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말리는 전쟁입니다 전쟁. 기업은 혹시 돈으로 버틸지 모르지만 우리 같은 회계법인은 소송 한 건이면 날아가 버립니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는 파트너(출자임원)급 공인회계사 J씨(45)의 푸념이다. 올 들어 주말이나 공휴일도 없이 매일 밤 12시 넘도록 야근에 쫓긴지 꼬박 두 달째. 파트너-디렉터(집행임원)-매니저-시니어-주니어로 이어지는 회계법인의 서열체계 상 최정상의 자리이지만, 근무 강도로는 서열이 따로 없다.유례없이 깐깐해진 회계감사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회계법인과 기업간에 '회계대전(大戰)'이 뜨겁다. 당장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은 올 3월말까지 제출하는 사업보고서가 과거의 분식을 떨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내년 3월에 제출하는 올해 사업보고서부터는 모든 분식회계가 집단소송의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외부감사인(회계법인)들은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회계기준을 기업들에 요구하며 '분식 찾기'에 혈안이고, 기업은 기업대로 빠져나갈 구멍을 찾느라 기를 쓰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이미 3월말을 일종의 데드라인으로 설정, 집단소송제에 대비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일선 회계사들이 작성해온 감사보고서를 '리뷰'하는 게 고작이었던 파트너들도 이젠 감사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감사 업무를 총괄 지휘하고 있고, 회계법인마다 '심리'(감사보고서에 대한 내부 재감사) 전담부서를 별도로 설치해 가동하는 등 이중삼중의 안전장치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깐깐해진 회계감사 때문에 올해 감사현장에서는 외상매출 채권의 충당금 설정이나 재고자산 손실반영 등 다소 주관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을 둘러싸고 기업과 감사인 간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과거 요식절차 정도에 머물렀던 해외법인이나 계열사 등에 대한 연계감사도 전에 없이 강화하는 추세다.

회계법인 근무경력 15년차인 한 디렉터는 "기업 입장을 고려해가며 겉핥기 식 감사를 했다간 당장 내부 심리절차도 통과하기 힘들게 됐다"며 "자칫 (분식회계 책임을) 감사인이 모두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에 강도 높은 기준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심지어 불법대선자금 제공시비에 휘말린 기업의 투자자들이 '비자금 조성을 방치한 것은 전적으로 회계법인의 책임'이라며 항의해오기도 한다"며 "회계적으로 분식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남소(濫訴) 방지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회계법인만 동네북 신세가 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한계기업들 퇴출도미노 우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대기업뿐이 아니다. 유례없이 깐깐해진 외부감사 때문에 실적이 저조하거나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당장 증시'퇴출'을 걱정해야 할 신세가 됐다. 실제로 올 3월 사업보고서 제출시한이 지나면 코스닥 시장에선 '퇴출 도미노'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현행 규정상 코스닥등록기업이나 상장기업들은 외부감사의견(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등 4단계)이 '부적정'또는 '의견거절'로 나올 경우 곧바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증시 관계자는 "당장 올 4월부터 증권시장에선 집단소송제의 파괴력이 현실로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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