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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나누기위해 비우고 길 떠납니다"/ 전국 탁발순례 나선 실상사 도법·수경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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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나누기위해 비우고 길 떠납니다"/ 전국 탁발순례 나선 실상사 도법·수경스님

입력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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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비우고, 자기 것을 남과 나누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생명을 지키고 우리의 삶을 평화롭게 만들어 줍니다."지역과 세대, 이념과 빈부의 벽을 허물고 우리사회의 화해와 상생을 찾기 위해 실상사(전북 남원시)의 도법스님과 수경스님이 1일 생명평화탁발순례에 나섰다. 순례에는 이원규 시인이 함께 하며 주민과 종교인, 문화예술인, 시민운동가 등이 지역별로 동참한다.

순례 시작에 앞서 오전10시 지리산 노고단에서는 생명평화기도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수경스님은 "소유의 논리, 독점의 논리, 힘의 논리, 공격의 논리, 승리의 논리로 살아온 왜곡된 자기 사랑의 삶을 뼈아프게 참회한다"는 생명평화의 경을 독송했고, 도법스님은 "많은 사람이 함께 할 것이기 때문에 발걸음이 가볍기도 하지만, 우리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부담도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스님은 참석자 100여명과 함께 지리산생명평화서약문을 읽은 뒤 전남 구례로 첫 걸음을 뗐다.

이날 구례 주민을 만나고, 한상훈 박사 등 지리산 반달곰방사프로젝트팀과 간담회를 가진 두 스님은 이어 경남 하동 산청 함양과 전북 남원 등 지리산 일대 1,500리를 다음달 18일까지 다닐 계획이다. 지리산을 첫 순례지로 잡은 것은 좌우대립의 상처를 고스란히 치유해낸 민족의 성산이기 때문. 지리산 일대 순례에 이어 4·3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제주도로 건너가서는 다시 북상, 전국을 돌 예정이다. 3년에 걸쳐 매일 1개 면, 10㎞ 정도를 걷기로 했는데 희망대로 북한까지 건너갈 수 있다면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두 스님과 이원규 시인은 순례기간 동안 관공서, 교회, 식당, 굿당을 돌아다니고 남녀노소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만나 생명과 평화를 이야기할 작정이다. 좌우대립으로 억울하게 숨진 영혼을 달래기 위해 천도재를 지내고 생명평화의 나무도 심는다.

순례기간 음식과 잠자리 등은 주민들로부터 얻는다. 말 그대로 '탁발' 즉 동냥인 셈이다. 취지에 공감한 주민이 이 운동에 사용해달라며 땅 한 평이라도 내놓으면 그것 역시 고맙게 받을 생각이다. 그러나 이들이 정말로 동냥하고 싶은 것은 생명과 평화의 마음이다. 이와 관련 도법스님의 설명은 우리 삶에 대한 참회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가져오고, 채움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약자로부터, 자연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가져왔고 내 것으로 만들었는가. 그래서 정말로 행복해졌는가. 오히려 불신과 대립, 파괴와 살상이 일어났다."

그래서 이제는 반대로 나누고 베풀면서 행복해지자는 것이다. 도법스님은 주민들로부터 잠자리, 밥 한그릇, 그것이 아니면 따뜻한 마음과 지혜 같은 무형의 것을 구걸하려고 한다. 사람들에게 생명과 평화의 마음을 이웃에 나눠달라고 부탁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우리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화해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10만인 평화결사서약을 받고, 평화학교와 평화마을도 세운다. 이 운동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구례=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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