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 의 위세 때문에 외화 개봉이 줄줄이 뒤로 밀리고 있다.프랑스 영화 '8명의 여인들'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개봉하려다 12월24일 '실미도'와 '반지의 제왕'이 전국 스크린을 점령하다시피 하는 바람에 올 2월13일로 옮겼다. 그러나 이마저도 5일 선보인 '태극기…'의 열풍 때문에 다시 27일로 연기했다. 할리우드 영화 '러브 미 이프 유 대어'(사진)는 13일에서 3월5일로, 홍콩영화 '무간도 3―종극무간'은 27일에서 3월19일로 연기됐다. UIP 직배영화 '허니'는 3월19일에서 26일로 늦춰졌다.
'태극기…'와 '실미도'가 한때 전국 1,271개 스크린의 60% 가까이를 '싹쓸이'한데다 관객몰이 기세 또한 너무 거세기 때문. "외화 스크린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특히 '태극기…'는 14, 15일 전국 513개 스크린에서 상영, 이 부문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실미도'도 최고 385개 스크린에 걸렸다. 26일 현재 '태극기…'는 440여개, '실미도'는 16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중이다.
개봉이 연기된 외화의 피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러브…'는 '2월13일 개봉 예정. 밸런타인데이에 만날 수 있습니다!'를 내세운 홍보 포스터 문구를 모두 바꿔야 했다.
홍보대행사인 인필름앤컴 김은 팀장은 "개봉을 하려면 서울에서만 최소 20개의 스크린을 확보해야 하는데 13일에는 서울에 고작 10개밖에 없었다" 며 "시사회, 광고, 포스터를 다시 만든 비용만 1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7개, 전국 22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8명의 여인들'도 마찬가지. 홍보대행사 프리비전의 임연숙 실장은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태극기…'와 '실미도' 때문에 두 차례나 개봉이 연기되면서 일부 관객들은 이 영화가 예전에 개봉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며 "국산 대작영화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작은 영화는 물론 완성도 높은 유럽이나 아시아의 중소규모 영화의 피해도 극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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