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가 아카데미를 지배했다' 1일(한국시간) 미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 76회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에서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The Lord Of The Rings―The Return Of The King)'이 작품, 감독, 각색, 편집, 주제가 등 11개 부문을 휩쓸며 '벤허'(1959), '타이타닉'(1997)과 더불어 역대 최다 수상작에 등극했다. '반지의 제왕'은 또 후보로 오른 모든 부문에서 수상, 수상률 100%라는 진기록도 세웠다.'라이언 일병 구하기' '쉰들러 리스트' '뷰티풀 마인드' 같은 휴먼 스토리를 선호해 온 아카데미가 판타지 영화에 이처럼 상을 무더기로 안긴 것도, 작품상을 준 것도 처음. '오즈의 마법사' '스타워즈' 'E.T' 등은 모두 흥행과 비평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적이 없다. 이로써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1편 '반지 원정대'의 2002년 촬영상 등 4개 부문, 2편인 '두개의 탑'의 지난해 음향 편집 등 2개 부분을 합쳐 세 편에서 모두 17개 부문을 수상한 전무후무한 영화로 남게 됐다.
피터 잭슨 감독은 "올해 드디어 이 판타지를 인정해 주었다"며 "여덟 살 때 아버지 어머니가 사준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했다. 잭슨 감독은 아내인 프랜시스 월시와 함께 각색상도 수상했다. '반지의 제왕'이 음향, 미술, 음악 등 각종 효과상을 휩쓴 반면, 저예산영화 '미스틱 리버(Mystic River)'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몬스터(Monster)'는 연기상, 각본상 등 알짜배기를 챙겼다.
'데드 맨 워킹'(1996), '스위트 앤 로우다운(2000), '아이 엠 샘'(2002)으로 세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신 숀 펜이 마침내 '미스틱 리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갈채를 받았으며 상대역으로 나온 팀 로빈스는 처음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여성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그린 여성 감독 패티 잰킨스의 '몬스터'에서 몸무게를 12㎏이나 불리며 호연을 펼친 샤를리즈 테론에게 돌아갔다. 여우조연상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카고'에 이어 '콜드 마운틴'으로 3년 연속 후보에 오른 르네 젤위거에게 돌아갔다.
아버지 프랜시스 코폴라와 각색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직후 각본상을 수상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감독으로서 영감을 준 아버지, 이야기가 풀리지 않을 때 도움을 준 왕자웨이 감독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감독상 수상에는 실패, 아카데미 사상 첫 '여성 감독상 수상' 기록은 더 기다려야 볼 수 있게 됐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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