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포는 항구다'의 제작자인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내용은 이러하다. '15회 유바리 판타스틱 영화제 대상 수상소식에 기뻤다. 그러나 '목포…'가 수상한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영화제의 수준을 의심하거나, 혹자는 김지운 감독이 심사위원이니 로비를 한 것 아니냐 의심한다. 상을 받아 모두 놀랐다. 영화제가 '목포…'에서 갱스터무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으며, 일본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이 수상에 반영했다고 본다'.경찰의 목포 조직 잠입기를 그린 '목포는 항구다'는 영화제용 영화는 결코 아니다. 영화제에 간혹 '로비력'이 개입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영화의 수상을 위해 로비를 할 상업영화 제작자는 없어 보인다. '목포…'가 대상을 받을 만큼 풍부한 상상력과 풍성한 장르적 미덕을 갖추었는가는 의문으로 남지만, 영화제 수준을 의심하거나 로비 운운하는 것도 가당치 않아 보인다.
수상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영화의 두 주연 배우. 연기력에 비해 영화 운이 별로 없는 조재현(그의 전작은 최민수와 공동 주연한 '청풍명월'이다), 연기력이 인간성의 반만 되어 준다면 얼마나 행복한 배우가 될까 싶은 차인표. 기대이상의 흥행과 더불어 수상소식은 두 배우에게 큰 위안이 되었을 것같다.
하지만 두 배우에게 영화가 진 빚은 그것으로 다 갚아지지는 못할 것 같다. 영화에는 남기남(조재현)이 형님의 신임을 얻게 된 후 득의양양한 미소로 불 꺼진 방의 소파에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 시가를 물고 있는 조재현의 모습은 '한국판 알 파치노'였다.
'목포…'가 느와르를 표방했다는 사실은 비로소 이 대목에서 감지됐지만 너무 짧았다. 대신 영화는 남기남의 덜 떨어진 행동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스테이크가) 미디엄인데 괜찮아요"라는 질문에 "이래봬도 엑스라지여요" 식의 뻔한 유머나 읊조리는 백성기(차인표)의 모습에서 아주 간혹 배신 당하는 두목의 고뇌가 보여질 때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 두 배우는 잡탕식 조폭 코미디가 아니라, 진짜 느와르에 어울리는 이들이었다. 두 배우가 진짜 제대로 찍으면 멋진 영화 한편이 나올 수도 있었다는 기대는 영화를 더욱 슬프게 보이게 한다.
이십년 만에 만난 첫사랑의 남자가 쿠폰 모아 경품 타는 방법을 강의하거나, 자기네 회사 자동차보험으로 갈아 타라며 다양한 '주접'을 연출할 때. 물론 짜증난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살짝 쑥스러운 듯한 소년의 미소가 약간이라도 남아 있다면 짜증은 곧 슬픔으로 변하듯 말이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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