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의 최대의 문제는 학교 폭력이나 교실 붕괴, 사교육 과다 현상이 아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다", "해 보아야 별 수 없다"는 학교 공동체가 지닌 마음의 굴레이다. 이 굴레에 싸여서 학교장과 교사, 학부모들은 무력감에 휩싸이고, 학생들은 그저 관성에 내맡겨진다.지금 학교의 위기를 해결하는 최고의 처방은 마음의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것이다. 즉, 우리 학교도 무엇인가 변화할 수 있다, 함께 해 보면 나아질 수 있다는 집단적 신념이 학교를 위기로부터 구하는 열쇠인 것이다.
한 번 해보자고 하려면 우리의 욕구를 유인할 수 있는 강력한 학교 비전이 필요하다.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에서 제시하는 아름다운 학교의 개념은 이러한 비전의 하나로 마련된 것이다.
아름다운 학교란 지식의 바벨탑을 쌓는 지금의 학교를 반성하고, 지식도 호흡처럼 대사(代射)되어야 함을 믿는다. 누구든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이것이 상충될 경우에는 타협해야 함을 믿는다. 학교에도 다른 동식물이 거주하며 자연환경의 혜택을 받아야 함을 믿는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학교가 존재한 것임을 확인한다.
지금의 학교를 아름다운 학교로 만들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자신의 마음을 살필 것을 권한다. 과연 나는 어떠한 모습을 아름다운 학교로 그리고 있는가? 내가 그리는 아름다운 학교의 상이 불충분하다거나 찌그러져 있다면 이것이 온전할 때까지 마음을 다듬어야 한다.
아름다운 학교의 개념은 측정 가능한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 특히 학생들의 만족감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 보면 안다. 필자가 속한 학교에서는 "우리 학교의 각종 활동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우리 선생님은 친절하던가요?", "학교가 더욱 나아져 보입니까?" 등등의 설문에 대해 응답하게 함으로써 학교 교육 만족도를 구한다.
분기마다 평가함으로써 아름다운 학교로 전진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놓고 전체 교직원이 모여 토론을 실시한다. 개별 교사의 수업도 같은 방식으로 평가된다.
이때 미진한 부분은 잘하고 있는 다른 학교로부터 배운다. 같은 문제를 놓고 고민한 학교이기 때문에 지혜를 발휘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고방식의 전환을 위한 회의를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름다운 학교는 구성원들이 가진 지혜를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선생님이 현명한 아이에게 어려운 문제를 내놓듯이 지금 우리 사회는 현명한 학교 구성원들에게 더욱 어려운 문제를 내놓고 있다. 어려운 문제 때문에 서로 핍박할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인정하면서 머리를 맞대 해결할 일이다.
이 인 규 아름다운학교 운동본부 사무총장
/서울미술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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