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 콘크리트 블록 대신 하안을 뒤덮은 무성한 물풀, 수직의 콘크리트 수중보 한 켠에 난 어도(魚道), 하천 중간에 조성된 인공섬들….죽음의 물길이던 도심 하천이 살아나고 있다. 떠났던 물고기가 돌아오고 공원과 산책로가 들어선 하천변은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됐다. 도시화의 그늘에서 신음하던 도심하천들이 친환경·생태적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되살아 나는 안양천
안양천 복원은 경기도 하천복원의 대표적인 사업. 총506억원의 예산이 들어가 2010년 복원이 완료될 예정이다. 2000년 시작된 '안양천 살리기 운동'은 올해 안양천 본류 복원에 본격 착수한다. 우선 4월이면 안양천 상류의 지천인 학의천 복원이 끝난다. 콘크리트 블록이 발려졌던 학의천 물가엔 갈대, 무럭쇠, 달뿌리 풀 등 18종의 수생식물이 심어졌고, 천변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산책로는 올해 안양시 석수동까지 연결된다. 이번달엔 안양시를 통과하는 11.8㎞구간의 설계가 시작되고, 설계 결과에 따라 올 하반기 본격적인 복원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3년에 걸친 상류의 복원공사로 안양천의 생태환경은 이미 크게 개선됐다는 평이다. 지난 겨울 흰뺨 검둥오리, 청둥오리, 도요새 등 2,000여마리의 철새가 목격됐고 특히 물고기를 잡아먹는 흰죽지가 관측돼 서식 어류의 증가가 증명됐다. 올 봄엔 2급수의 지표종인 버들치 등의 물고기를, 여름에는 참게 등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초단체들, 앞다툰 하천복원 사업
안양천 복원을 비롯해 경기도내 기초단체들의 도심하천 복원사업이 줄을 잇고, 도의 관련예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반복원에 비해 비용이 30% 가량 더 들지만 예산(지방 2급하천 대상)은 2002년 600억원 지난해 620억원 올해 549억원으로, 300억원 정도였던 2000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상태로 꾸준히 투입되고 있다.
김포시는 올해부터 2006년까지 220억원을 들여 풍무동과 사우동, 북변동 등 6.5㎞에 걸쳐 흐르는 계양천을 자연친화형으로 정비할 계획. 사우택지지구 후면 2㎞구간은 자연석과 산책로, 징검다리 등이 꾸며져 휴식공간으로 조성되고, 풍무동지역 상류쪽(4.5㎞)에도 환경녹화 블록 등이 설치된다.
팔당 한강 상수원과 맞닿아 있으나 수질오염원의 오명을 쓰고 있는 경안천 역시 용인시가 모두 250억을 투입, 올해부터 친환경복원사업에 들어간다. 현재 복원구간(3.4㎞)의 토지를 수용하고 있고, 9월께 복원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물가에 갈대숲 등 생태정화형 식물을 심고 천변엔 자전거도로를 개설한다. 부천시내를 통과하는 배르내천(4.8㎞)은 5월께 악취가 심한 미복개 구간(1.05㎞)을 복원하는 사업이 시작된다. 포천시도 포천천의 포천동―소흘읍 구간(5.03㎞)복원사업에 올해 20억을 투입한다.
안양천 살리기 네트워크 안명균(42) 운영위원장은 "기초단체들의 하천복원 노력은 환영하지만, 보기 좋은 조경만 중시하는 것은 흠"이라며 "물이 많이 흐르도록 하천바닥을 준설하고 물길을 곡선으로 바꾸는 등 자연형태 복원에 좀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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