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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주연 이성진/"주접맨은 이제 그만 배우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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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주연 이성진/"주접맨은 이제 그만 배우로 불러주세요"

입력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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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오락 프로그램에서 주책맞은 짓을 잘해 '주접맨'으로 불리던 댄스그룹 NRG의 멤버 이성진(27)이 배우선언을 하고 나섰다. 정말 주접을 떠는게 아니다. 카메오로 출연했던 '긴급조치 19호' '동갑내기과외하기'와 달리 포스터에 이름이 큼직하게 박히는 주연을 했기 때문이다. '조폭마누라'로 관객 동원 520만명의 흥행몰이에 성공한 조진규 감독의 코미디 '어깨동무'에서 순진무구하고 어리숙한 주인공 나동무 역을 맡은 것."제작사인 CK픽처스 최승혁 사장이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뮤직비디오 '건달과 달걀'을 보고 낙점을 했대요. 대본을 보니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와 달리 자연스런 상황설정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이어서 출연을 결심했죠."

출발이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가짜 형사 노릇을 하는 건달 역의 유동근, 이문식 등 연기로 한몫 하는 정통파 배우들 틈에서 이성진이 제 몫을 해낼까 하는 제작진의 우려 때문이었다. 대놓고 섭외를 반대한 사람도 있다. "제일 반대한 분이 유동근 선배였어요. TV에서 보여준 주접맨 이미지도 그렇고, 연기자가 아니었으니까요. 유 선배는 인사조차 받아주지 않을 정도였어요."

당연히 마음고생이 심했다. 친한 차태현에게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좋을지 자문을 구했다. "술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태현이가 대뜸 무서운 유 선배 때문에 많이 힘들거라더군요. 걱정이 2배로 늘었어요." 그래서 몸에 밴 주접끼를 모두 뺐다. "방송의 주접 이미지가 연결되면 곤란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목소리 톤도 낮추고 과장된 연기도 자제했어요. 가끔씩 치미는 즉흥연기(애드립)도 일부러 하지 않았죠."

건달들에게 끌려가 물고문을 당하고 매 맞는 장면 등에서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제야 유동근의 눈빛이 달라졌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한 장면에서 여러 배우가 나오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한 사람이 받고 나머지는 병풍노릇을 한다. 영화가 살려면 주연보다 병풍노릇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유동근의 말이 큰 힘이 됐다. "분위기가 풀리니까 유 선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회식 때는 개다리춤까지 추며 분위기를 북돋아 주셨어요. 이런 얘기하면 유 선배가 안 좋아 할 텐데. 덕분에 촬영기간 내내 좋은 분위기 속에서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어찌보면 무모하다고 볼 수도 있는 그의 연기도전은 세월을 거슬러 1996년부터 시작됐다. "원래 배우가 꿈이어서 연기학원을 다녔어요. 마침 같은 학원에 댄싱 트리오 소방차를 아는 사람이 있었는데 제 노래와 춤을 보고 소방차 형님들에게 오디션을 보게 해줬어요. 그래서 노래를 하게 됐죠."

이후 SBS 시트콤 '딱좋아'와 '렛츠고'에 출연하면서 연기자의 끼를 느꼈다. "연기할 때 너무 좋았어요. 마침 주변의 격려에 용기를 얻어 연기에 본격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TV 오락 프로그램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에서 보여준 주접은 철저한 설정이었다. "원래 성격은 말이 없고 조용해요. 그런데 방송출연이후 실제 성격도 바뀌었어요. 이제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요." 그렇기에 노래와 연기, 방송 모두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6집 음반은 이달 말이나 4월초쯤 나올 거에요. 음반이 나오면 여름까지는 방송활동에 치중하고, 가을부터 다음 영화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제의는 여러 편 들어왔는데, 신중하게 골라야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니까 운동선수 역할도 하고 싶고, '프라이멀 피어'에서 에드워드 노튼이 맡았던 이중인격자나 MBC 단막극 '눈먼새의 하루'에서 안재욱이 연기한 장애인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 '어깨동무' 어떤 영화

'조폭 마누라'의 조진규 감독, '가문의 영광'의 대본을 쓴 김영찬 작가가 손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어깨동무'(사진)의 분위기는 짐작이 간다. 시종일관 욕설과 개그 같은 대사와 배우들의 엎어지고 넘어지는 슬랩스틱 연기로 관객의 허리를 끊어 놓는 이 작품은 '조폭 마누라'와 '가문의 영광'을 휘저어 비벼놓은 듯한 느낌이다.

건달 김태식(유동근)과 골통(이문식) 일당은 기업인의 사주를 받고 경찰을 덮쳐 정치가에게 뇌물을 건네는 현장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와 신분증을 빼앗는다. 그런데 태식이 목숨을 걸고 어렵게 입수한 자료를 애인(조미령)의 비디오 대여점에 들렸다가 분실한다. 비디오 테이프를 가져간 것으로 추정되는 유력한 용의자는 무위도식하는 어리숙한 동네 청년 나동무(이성진). 그때부터 경찰 신분증으로 가짜 형사노릇을 하는 태식 일당의 비디오 테이프 추적 작전이 시작된다.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슴 찡한 감동이나 철학적인 메시지를 뺀 대신 시침 뚝 뗀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로 확실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러나 생낙지를 삼키고 일부러 물통에 거꾸로 처박히는 등 지나친 억지연기는 쓴 웃음을 자아 낸다. 나동무와 지영(김아중)의 어설픈 연애담과 태식이 그것을 도와주는 부분 역시 이야기의 본류를 벗어난 곁가지 설정이어서 전개의 순발력을 떨어뜨리고, 관객의 집중을 방해한다.

그러나 이 영화가 무조건적인 웃음에 초점을 맞춘 오락물이라는 점을 상기해 보면 억지 구성과 산만한 내용전개가 큰 흠이 되지는 않는다. 요즘 안목이 높아진 관객들도 그 이상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5세 관람가. 12일 개봉.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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