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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누구를 위한 축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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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누구를 위한 축구인가

입력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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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창단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 인천 축구단의 구단주는 안상수 인천시장이다. 시장이 구단주를 맡는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 드문 일이다.재미있는 것은 당초 안 시장이 축구단 창단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많은 시민과 참모들이 2002 월드컵 후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의 하나로 축구단 창단을 권했지만 "경영에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검토를 미뤘다고 한다.

동양그룹 종합조정실 사장을 지낸 전문 경영인 출신의 그로선 연간 40억∼80억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축구단 창단이 그리 마음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가 마음을 바꾸게 된 사연은 이렇다.

안 시장은 지난 해 3월 업무차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을 방문했다. 하루는 일행과 함께 한 선술집을 찾았는데 사람들이 낯선 이방인을 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안 시장이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 들더니 "오∼필승 코리아" 등 2002 월드컵 응원가를 부르며 환영하는 것이었다. 안 시장은 순간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축구는 전 세계인의 공통적인 언어다. 이렇게 사람을 하나 되게 만드는 것을 보니 세계에 우리를 알리는 데 축구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아일랜드에서 돌아온 뒤 그는 축구팀 창단을 생각하게 됐고 곧 바로 창단 작업에 들어가 오늘의 결실을 보았다. 인천 축구단은 출범부터 대성공을 예고하고 있다. 사상 유례 없이 시민 3만명과 지역 기업, 그리고 시에서 주주로 참가, 196억원을 모았다. 유니폼 광고로 40억원(세계 25위 수준)을 수주하는 등 마케팅에서도 성공적이다.

이에 힘입어 인천은 2002 월드컵 터키 4강 돌풍의 주역인 외잘란과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간판 최태욱 등 스타들을 대거 영입, 첫해부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의 시민구단인 대전과 대구축구단이 출범할 때 자금난으로 고생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금까지 국내 축구단 창단이 '기업 주도형'으로 이뤄졌다고 한다면, 인천축구단의 성공 사례는 한국 축구에 '시민 참여형'이라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시와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구단이 자립 경영의 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 연고 구단 이전 선정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한국프로축구연맹, 안양LG와 부산아이콘스의 갈등을 보면 이러한 발전 모델에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연맹의 주장대로 연고지 이전구단 선정 권한은 연맹이사회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연고 이전에 대한 각 구단의 발전 청사진을 근거로 안양LG를 선택했을 때, 연맹이 주도권 문제를 이유로 이에 반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적자 규모가 큰 국내 축구단의 발전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992년 유럽 축구 취재길에 축구 영웅 마라도나가 뛰었던 스페인 세비야팀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구단 직원으로부터 팀의 전용 구장을 시로부터 거의 공짜나 다름 없는 연간 1페세타(약 7원)에 임대해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축구팀은 시민들의 것이고, 시민들을 위한 것입니다. 축구단을 지원하는 것은 시민들의 여가선용을 위한 일이죠."

과연 우리 축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서울시 연고 이전 구단 결정을 앞둔 프로연맹은 우선 이 문제부터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그 답은 인천과 세비야팀의 사례에 있지 않을까.

유 승 근 체육부장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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