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환이 생기면 A대생은 막걸리를 마시고 B대생은 구두를 닦으며 C대생은 잉크를 산다. 4·19 직후 이런 투로 대학을 분류했다고 해서 곤욕을 치른 대중 소설가도 있었지만, 대학마다 나름대로 전통이나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게다.이런 전통이나 분위기를 알아보고 대학을 선택했나. 정말 그렇다면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만족하지 말고, 개학 첫날 캠퍼스부터 구석구석 살펴보고 자긍심을 키워 나가야 할 게다. 대학 생활이란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의 일방적 수용 과정이 아니라 능동적 참여 활동이다. 제자 이창호가 스승 조훈현을 이기고 나서 무릎 꿇어 존경의 뜻을 표했듯이, 교수보다 뛰어난 학생으로 성장해야 대학도 발전한다. 존경할 만한 스승이 없다며 비아냥거리는 학생 중에 과연 훌륭한 제자가 있었던가.
그저 성적에 맞춰 줄 서서 등록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부모 덕분에 '묻지마' 입학을 했다면, 등록금 인상 반대투쟁이나 할 참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라. 과연 4년 동안의 인생 황금기와 수천만 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선택이었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처음부터 다시 끼워야 할 게다.
우리 젊은이들은 초·중·고교 12년 동안 학교 선택권마저 박탈당한 채 오로지 선다형(選多型) 시험의 '정답 찍기' 훈련만 하면서 폐쇄적 성장기를 보낸 셈이다. 이제 비로소 소중한 선택을 하여 개방사회에 들어섰다면, 인생에는 정답이 없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잃어버린 12년을 벌충할 기회부터 찾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학은 취업 준비 기관이 아니다. 정신의 향상을 위해 사적(私的) 지식(교양)을 함양하는 동시에 먹고 살기 위한 전문지식을 연마하는 장소다. 취업 준비에만 열중하면 사람이 가벼워진다. 전문 지식의 효용 기간은 겨우 몇 년에 불과하므로 졸업하자마자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지식과 함께 방법론 터득에 힘써야 할 게다.
재학 중에 국내외 여행에 나서라. 선진국을 다녀 보면 국제적 시각이 길러질 게다. 부모 품에서 벗어나 기숙사나 하숙 생활을 하고, 문화 동아리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 자주성이 배양되고 삶이 풍부해진다. 특히 국방의 의무가 없는 여학생은 남녀평등을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사회봉사 활동에 솔선해 보라. 대학의 근본 정신은 자유와 창의성이다. 젊은이의 참신성이 바로 그 기본 토양이다.
조 영 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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