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대중문화 지형도에 청년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언제부터인가 청년이란 말이 사라진 자리를 청소년이란 말이 대신하고 있다."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최근 출간된 계간 '문화/과학' 2004년 봄 호에서 1990년대 이후 우리 문화계에서 청년이란 말은 '사어(死語)'가 됐다고 주장했다. '위기의 청년'이란 주제로 마련된 이 계간지 특집에 '청년문화의 역사와 과제'를 기고한 김 교수는 "청년이란 말이 함축하는 새로운 힘, 희망, 미래, 거부의 정신과 부정의 몸짓, 뜨거운 정열, 정의를 향한 열망, 이런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지배 담론의 위치를 점한 기성문화와 시장을 지배하는 10대 청소년문화 사이에 끼인 청년세대의 문화는 사회적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며 관심의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70년대 초 대중문화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청년문화가 등장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전후 세대의 등장과 청년시장의 형성이라며 청년문화를 70년대는 자유주의와 순수주의, 80년대는 민중주의와 진보주의로 특징지웠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정치와 권력의 힘이 약해지고, 그 자리를 시장과 자본의 논리가 차지하면서 청소년이 문화시장의 주력으로 등장하고 청년층은 신세대 문화의 주변부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시장의 절대주류이면서 담론 체계에서는 기성세대의 억압을 받는 비주류일 수밖에 없는 청소년 문화의 모순적 지위가 한국사회의 문화적 현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새로운 청년문화운동을 위해 "90년대가 보여준 개인주의적 감성과 70, 80년대가 가졌던 사회적 전망의 창조적 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화/과학'은 이밖에도 '한국의 사회구조와 청년 주체의 위기' '청년 위기의 불평등 분배' '대학문화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것' '1960년대 청년 급진주의에 관한 스케치' 등 9편의 글을 통해 청년문화의 위기와 가능성을 조명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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