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개학이 코 앞인데, 도대체 누구 얘기를 믿어야 합니까?"서울시교육청이 수준별 보충학습에 학원강사를 배제한다는 방침을 백지화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28일 한 학부모는 기자에게 따지듯 물었다. 백년대계란 말이 무색하게 교육정책이 널뛰기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고교 2년생을 자녀로 둔 이 학부모에게서는 깊은 냉소가 묻어났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달 17일 일선학교의 수준별 보충학습 실시계획을 발표했다. 방과 후 사설학원으로 달려가는 학생들의 발길을 학교에 잡아 두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학부모들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자녀들이 20만∼30만원 하는 학원비보다 훨씬 저렴하게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반겼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24일 발표한 후속대책에는 학원강사를 활용한다는 이 알맹이가 쏙 빠졌다. 학교의 학원화, 교사 사기 저하 등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보충학습을 학교 교사들이 하면 학원에 가지 누가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겠느냐'는 내용의 항의가 빗발치자 5일도 안돼 바뀌었다. "현직교사가 맡을지, 학원강사 등 외부 인사가 맡을지는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정상화의 해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장 개학과 함께 시작해야 할 보충학습에 대한 세부지침은 일러야 이 달 중순께나 확정돼 일선 학교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 것도 당국이 결정할 사안을 일선 학교, 학부모에게 떠넘긴 것이 아닌가. 이래서는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김영화 사회1부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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