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왕따 동영상'을 여과없이 내보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SBS가 이번에는 10대 유괴범과 관련한 선정적인 보도로 물의를 빚고 있다.SBS는 지난달 29일 8시 뉴스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초등학생이 유치원생을 유괴해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홧김에 친구동생을 유괴했다는데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라는 앵커의 멘트와 함께 유괴 용의자 김모(12)군이 지하철 내 공중전화에서 협박전화를 했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부분에서 김모군을 시켜 경찰서 내 전화기로 전화 거는 장면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범행이 일어난 지하철 내 폐쇄회로(CC)TV에 잡힌 용의자의 모습을 내보낸 것도 모자라 정신적 충격에 빠진 미성년 용의자를 대상으로 범행 장면을 재연하게 한 것. 이 과정에서 김군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기는 했지만, 전신이 노출됐다. 이날 취재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에 따르면 상황 재연은 SBS가 억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 미디어워치팀 서미성 간사는 "미성년자 범죄의 경우 미디어에서 충분한 보호가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SBS의 무분별한 선정적 사건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SBS 보도국의 책임자는 "대구방송(TBC)에서 취재한 것을 그대로 받아 내보낸 것이어서 취재 경위는 모른다"면서 "SBS는 보도 여부만 판단할 뿐 영상을 고칠 권한은 없을 뿐 아니라,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돼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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