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지난 1년 경제 성적표는 3%에 못 미친 경제성장률과 40만명에 달하는 청년실업자로 요약된다. 경기침체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으로 '소득 2만 달러' '동북아 중심국가'의 장기 비전들은 국민들에게 요란한 구호로만 비쳤다. 북 핵 위기, 노사 대립, 정치 불안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우리 경제가 완전히 추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종합 대책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은 집권 2년차 경제팀의 책임이다. 마음이 급하다고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이해집단의 압력에 휘둘려 당장의 불황에서 벗어나려는 임기응변의 대책은 경계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400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의 부채를 탕감하여 내수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정책은 효과가 불확실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개인의 잘못을 정부가 나서서 구제해 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 올 수 있다.
경기 진작은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 개혁의 큰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경제정책의 우선 순위는 경쟁력 강화와 성장 잠재력의 확충에 두어야 한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우수한 인력의 육성과 기업의 장기 투자, 고급기술의 개발에 달려 있다. 우리 경제의 장기 경쟁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 수단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보아야 한다.
첫째, 세율인하와 세율구조의 단순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복잡한 세금구조와 높은 세율은 근로자의 노동의욕을 저해하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낮춘다. 특히 한계세율이 높은 조세와 자산소득에 대한 높은 과세는 자원 배분의 왜곡을 크게 한다. 한시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특별소비세와 자산소득세를 낮추는 정책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고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과 같은 생산적 부문에 대한 재정 투자지출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노사관계의 안정으로 실질임금의 과도한 인상을 억제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시장의 여건을 개선해야 기업의 장기 투자가 활성화되고 신규로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청년층의 고용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다. 민간 투자와 경제성장률이 높아지지 않고서는 실업문제의 근본 해결은 불가능하다.
셋째, 외국인 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외국인 직접투자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고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이 적은 수준이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단기적으로는 부진한 국내 투자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장기적으로는 경쟁을 촉진하고 선진 기술과 경영기법의 파급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 우리 경제의 투명성을 높이고 외국인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넷째,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 자금들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흘러가 기업의 장기 투자와 신기술의 창업 자금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금융의 시장 기능을 높여야 한다.
금융의 하부구조를 튼튼히 하는 개선 조치들을 꾸준히 하고 장기 자본시장의 적극적 육성 대책이 시급하다. 당면한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고 금융 기관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경제주체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이를 조화여야 할 정부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졌다. 모두가 원하는 것을 한꺼번에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 경제의 첫 번째 원칙이다. 지난 1년 간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기관들 간에도 다른 생각들이 서로 융합되지 못하면서 정책의 혼선이 이어졌다. 이제 경제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히 하고 차근차근 이를 실천하여 참여정부가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시 회복시켜 줄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이 종 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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