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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첫 포효/시범경기 다이에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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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첫 포효/시범경기 다이에戰

입력
2004.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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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침묵의 신고식을 치렀던 '아시아홈런킹' 이승엽(28·롯데 마린즈)이 두 번째 경기에서 6타석 만에 첫 안타를 날렸다.29일 일본 후쿠오카 돔구장에서 열린 지난해 재팬시리즈 챔피언 다이에 호크스와의 시범경기 3회초 1사1루 상황. 1루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이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자 좌측 외야 스탠드에 있던 팬들이 북을 울리며 일제히 "이승엽!"을 연호했다. 상대 선발은 사이토 가즈미(26). 지난해 20승을 거두며 퍼시픽리그 투수 3관왕(다승 승률 방어율)과 함께 일본의 사이영상이라고 불리는 '사와무라상'을 받았던 다이에의 에이스다.

1회 무사 1루의 첫 타석에서 바깥쪽 유인구를 이용해 이승엽을 3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사이토는 두 번째 타석에선 이승엽의 약점인 몸쪽을 철저하게 공략, 볼카운트 2―0을 이끌어냈다. 두 번 모두 몸쪽 공에 헛방망이질을 한 이승엽은 그러나 또 다시 몸쪽 낮게 파고드는 3구째 커브를 가볍게 받아 쳐 2루 베이스를 한번 튕긴 뒤 중견수 쪽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만들었다.

전날 일본 무대 데뷔전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4타석 3타수 무안타로 '침묵'을 지켰던 이승엽이 일본 진출 후 시범경기 2경기, 6타석 만에 뽑은 첫 안타. 하지만 시원한 홈런포와 호쾌한 장거리포를 기대했던 국내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특히 이승엽은 이틀 연속 정교한 볼 컨트롤과 낙차 큰 커브를 앞세운 일본 투수들의 몸쪽 공 공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 일본 무대 적응에 초반 험로를 예고했다.

이승엽의 타격 감각은 아직 미진했지만 1루 수비만큼은 일품이었다. 이승엽은 4회말 무사 만루에서 1, 2루 사이를 빠지는 혼마의 총알 같은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잡아 2루로 연결, 주자 슐래터를 잡아내는 멋진 수비를 펼쳐 후쿠우라 가즈야(29)와의 주전 1루 경쟁에 불을 붙였다. 후쿠우라 역시 2타점 중전안타를 날리는 등 정교한 타격으로 결코 녹록치 않은 상대임을 입증했다.

세 번째 타석인 5회 유격수 땅볼로 아웃된 이승엽은 5회 말 수비부터 가치가와 다카시로 교체돼 6회 공격부터 타석에 오르지 않았고, 결국 3타수 1안타를 기록하고 물러났다. 롯데는 6회 고사카 마코토의 결승 적시타로 4―3 승리를 낚았다. 두 번의 시범경기 출전에서 6타수 1안타(볼넷 1개 삼진 3개)를 기록한 이승엽은 3일을 쉰 뒤 4일 지난해 센트럴리그 우승팀 한신 타이거스전에 출격한다.

/후쿠오카=고찬유기자 jutdae@hk.co.kr

● 이승엽 일문일답

경기 전까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간단한 인사만 건넸던 이승엽은 팀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한껏 여유 있는 자세로 인터뷰에 응했다.

―첫 안타를 친 소감은.

"기분은 좋지만 한국에서처럼 늘 평상심을 유지하겠다."

―오늘 다섯 번이나 헛스윙을 했는데

"요미우리전에선 빠른 직구로 들어오는 스트라이크가 많았는데 오늘은 유인구가 많아 대처를 못했다. 어제 경기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는데 잘 안 맞았다. 첫 안타는 느린 커브를 잘 받아 쳐 안타가 됐다."

―두 경기를 치렀는데 개선할 점은.

"직구, 변화구 등 볼 컨트롤이 잘 안됐다. 아직 초반이고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아 정규시즌 전까지 변화구 대처 능력을 더 길러야겠다. 한신전을 대비해 내일은 하루 쉬면서 몸조리 하겠다. 다음 경기에선 좋은 스윙을 선보이겠다."

―두 경기서 6타수 1안타인데 실망스럽지 않은지.

"모두 다 처음 대하는 투수들이라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직 기회는 많다."

―오늘 호수비를 펼쳤는데 후쿠우라와 경쟁을 의식한 건가.

"수비를 계속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지만 후쿠우라 역시 동료고 친구다. 후쿠우라가 잘 하거나 못하거나 일희일비할 일 아니다. 오늘 수비 교체도 경기 스케줄에 예정된 것이기 때문에 연연하지 않는다."

―몸쪽 공을 너무 의식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지적이 있는데 의식하지 않았다. 단지 스윙이 안 좋았을 뿐이다."

―다이에의 오 사다하루(王貞治) 감독을 만날 생각은 없는가.

"만날 생각은 없고 경기에만 충실하겠다."

/고찬유기자

● 양상문 롯데감독 조언

"몸쪽 공을 의식하지 말고 과감하게 공략하라."

29일 이승엽의 다이에전을 직접 지켜본 한국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의 참관평이다. 이승엽이 5번의 헛스윙 만에 기대하던 첫 안타를 터트리자 양상문 감독은 "방망이를 잘 대기는 했는데 자꾸 몸쪽을 피하네"라며 아쉬워했다. 또 이승엽이 첫 타석에서 바깥 쪽으로 살짝 빠지는 볼에 삼진 당하는 모습을 보고 "몸쪽 공을 너무 의식, 이를 커버하려다 보니 자기 장점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 감독은 "어차피 노출된 약점인 만큼 피하기 보다는 딱 들어붙어 쳐야 한다"며 적극적인 몸쪽 공략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승엽이 전날 요미우리전에서는 몸쪽을 피하다가 스윙 한번 못하고 삼진을 당했지만 오늘은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차츰 좋아지고 있다"며 "이승엽이 실력, 힘,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금방 적응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양 감독은 1시간 떨어진 고쿠라시민구장에서 팀의 전지훈련을 이끌다 이날 휴일을 맞아 코치진을 이끌고 경기장을 찾았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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