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백수가 사회적 이슈라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하는데, 정작 청년들의 목소리는 거기서 빠져있습니다." 실업극복국민재단과 함께 28일 오후 7시 신촌의 '몽환' 클럽에서 미취업 졸업생들을 위한 '취업기원·백수탈출 졸업파티'를 연 전국백수연대 대표 주덕한(36)씨. 그는 1996년부터 백수생활을 자청한 '프로 백수'다."밤에 TV시청과 인터넷을 자제하는 웰빙 백수가 요즘 트렌드"라고 전하는 주씨는 "산업구조가 예전과 달라져 구조적으로 백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사람들이 과거의 눈으로 백수를 바라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 백수들은 '취업기원주'를 마시며 취업사주, 취업컨설팅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공연을 보면서 서로의 유대감을 높였다. "백수들은 연애도 못하고, 졸업식도 안 가고, 심지어 밥 먹을 때도 구박을 당합니다. 그럴수록 우리 사회가 백수를 낙오자나 이단아로 보지 말고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백수들의 의견교환과 모임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그는 말한다.
주씨는 "6년 넘게 백수연대를 운영해 오면서, 돈 조금 받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백수들이 많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일자리와 놀이를 결합한 소규모 공동체 같은 것이 백수 대책의 하나로 강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씨는 백수 생활을 하면서 백수에 관한 책 '캔맥주를 마시며 생각해낸 인생을 즐기는 방법 170'을 써서 4만권 이상 팔았고, 총각 파출부 생활이나 외국인을 위한 화장실 지도를 만드는 등 여러 아이디어를 이용해 생활비를 마련했다. 맘 편히 살아도 굶어죽지는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요즘 말하는 '디지털 시대의 유목민생활'을 그는 오래 전부터 해온 셈이다.
"백수들에게 어디라도 무조건 들어가라고 말하는 데 그렇게 들어간 직장에서는 2∼3년 내에 다시 나오기 마련입니다. 눈높이가 높아서 그런 게 아니라 일에 대한 청년세대의 인식이 다른 거에요. 거기에 대해 이 사회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백수는 게으른 사람이 아니에요." 그 자신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인터뷰도 시간을 쪼개 밤 10시가 넘어서 할 정도로 분주하다.
주씨는 96년 아틀랜타 올림픽 경기를 마음껏 시청하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직장에 사표를 썼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놀고 싶을 때 놀 수 없는 조직생활이 싫었던 것이다.
"인류 발전은 모범생이 이루어낸 게 아니에요. 칼 마르크스도 백수였고, 강태공이나 한신도 백수였습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죠." 주씨는 "우선 백수들의 모임 장소인 백수회관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가능하다면 청년백수당을 결성해서 국회에 우리의 의견도 알리겠다"고 말했다.
/글·사진=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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