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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대란 현장르포/아파트건설 10곳중 4곳 공사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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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대란 현장르포/아파트건설 10곳중 4곳 공사중단

입력
2004.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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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시작된 원자재 파동이 산업 전반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격적인 건설 시즌을 맞은 건설업계에서는 철근 확보 비상으로 인한 '3월 대란설'이 현실화하고 있다. 또 중소 철강업계의 조업 중단에 이어 철근과 모래값 폭등에 따른 건설업계의 줄 도산이 우려되는 등 원자재 파동의 후폭풍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서서히 옥죄고 있다. 현장 르포를 통해 원자재 파동의 현주소를 살펴본다.현금 주고도 못사는 철근

"톤 당 60만원에, 그것도 현찰을 쥐고 가도 (철근을) 못 구합니다. 3월이면 해마다 철근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곤 했지만 올해 같이 심한 경우는 현장 경험 20년 만에 처음입니다." 경기 고양시 행신동 S아파트 공사 현장의 허모 소장은 "봄이면 통상 톤 당 1만∼2만원 오르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자고 나면 4만∼5만원이 오르는 실정"이라며 자재가 폭등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국의 건설 현장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원자재 값 폭등으로 심각한 자재대란을 겪고 있다. 중소업체가 시공중인 현장은 상황이 더 심각해 대규모 연쇄 부도까지 우려되고 있다.

서울 가락동의 S아파트 정모 현장소장은 "자재난이 심각해 본사가 지정한 대리점만 이용할 경우 공사차질이 불가피하다"며 "현장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자재를 가져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수원에서 아파트 공사를 진행중인 N사 현장 소장도 "공사 초기부터 자재대란에 휩싸여 전체 사업비의 3%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 마진만큼 비용이 상승해 손해나 안보면 다행일 지경"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자재난으로 10개 아파트 사업장중 4개 정도는 공사를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철근을 닥치는대로 확보하라'는 특명을 현장에 내린 상태다.

모래대란 이중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도권 공사 현장에 필요한 모래의 70% 가량을 공급해 온 인천 옹진군이 2월말로 해사 채취를 금지함에 따라 건설업계는 철근에 이어 모래 대란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미 인천지역 17개 채취업체 가운데 6개 업체의 바닷모래 야적장이 바닥을 드러낸 데 이어 나머지 11개 업체도 2∼3일이면 재고가 모두 없어질 정도로 모래 수급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LG건설의 한 현장 소장은 "이미 1월부터 모래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 당 1만3,000∼1만4,000원선에서 들여오지만 3월 이후엔 3만원을 주고도 모래를 못 구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분양을 앞두거나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않은 현장들은 공사중인 곳에 비해 더 큰 손실이 예상된다"며 "건설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원자재 파동은 예상보다 커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업체들은 이번 원자재 파동으로 상당수 부도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물공장 조업중단

29일 인천 경인주물공단 내 업체들에 따르면 주물의 원재료인 고철의 수급이 더욱 악화하면서 아예 문을 닫거나 잔업을 중단한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날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이 업체들의 원자재난을 경청하기 위해 찾은 이곳은 44개 중소 업체들이 들어서 있는 국내 최대 주물공단.

공단내 J주물 관계자는 "고철 가격이 2배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공단내 주물 업체 중 3분의 1정도가 아예 문을 닫은 상태"라며 "이런 현상은 3월 들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S주철도 사정은 마찬가지. 평소 월 평균 400톤을 생산했던 이 회사는 2월 한달 동안 생산량이 300톤으로 줄어들었고 매출도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절반이나 감소했다. 이 업체 곽모 이사는 "고철 물량 자체도 없지만 가격폭등으로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면 오히려 적자가 나는 기현상이 발생해 업체들이 아예 조업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철 가격은 원자재난이 가시화하기 직전인 지난 해 11월 톤 당 16만∼17만원에서 2월 현재 31만∼33만원으로 100%가까이 폭등했다.

캔과 페트병도 파동 조짐

철강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캔과 페트병 등 용기 납품 업체들이 납품가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납품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1.5㏄짜리 페트병은 개당 195원에서 214원으로 10%, 240쭬 캔은 68원에서 80원으로 20% 가량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장용기 가격이 크게 오를 조짐이어서 부담이 되고 있다"며 "포장 용기 가격을 올릴 경우 제품 출고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F& B는 이미 참치통조림 캔 가격을 지난해초 대비 23% 가량 올렸다.

종합식품기업으로 비닐과 종이 등 다양한 포장지를 사용하는 CJ 관계자는 "5∼10% 정도의 납품가 인상 요구를 받았지만 불황기에 출고가를 함부로 올릴 수 없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도 "물류센터 등에서 쓰는 골판지 박스가 30%정도 올랐다"며 "중국으로 종이 등 골판지 원료가 쏠리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인지 장기화할 것인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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