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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현장감 살리려 오토바이로 전국 돌았죠"/본보 "호두나무 왼쪽길로" 연재끝낸 박흥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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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현장감 살리려 오토바이로 전국 돌았죠"/본보 "호두나무 왼쪽길로" 연재끝낸 박흥용씨

입력
2004.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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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힘들 때마다 독자들의 성원을 생각하며 힘을 냈습니다. 무사히 연재를 마친 것은 독자 덕분입니다."지난해 3월 시작한 한국일보 연재 만화 '호두나무 왼쪽 길로'가 2월 27일자로 막을 내렸다. 1년간 작품을 연재한 만화가 박흥용(朴興用·43·사진)씨는 "워낙 어렵게 한 작업이라 한편으로는 시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끝이 났구나 하는 아쉬움이 함께 밀려온다"고 소감을 밝혔다.

'호두나무 왼쪽 길로'는 답답한 일상 속에서 좌절한 주인공이 전국을 돌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체험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된다는 내용. 부드럽고 친근한 그림에, 무겁지 않으면서도 주제의식이 강한 내용이 더해져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오토바이 여행은 주인공이 이야기를 끝까지 풀어가는 일종의 무대장치로 사용됐다.

연재기간동안 박흥용씨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오토바이를 타고 만화 배경 지역을 찾아 그곳 풍경을 사진에 담고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매일 매일의 스토리를 짜고 데생을 한 뒤 그림을 그리면, 또 사흘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이렇게 해서 그는 주5회 만화를 실었다. 신문 연재의 생명이 마감시간 준수라는 사실을 잘 아는 그는 그러나 원고를 넘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장면 하나 하나, 그림의 토씨 하나 하나를 붙잡고 씨름했다.

그 역시 주인공처럼 젊어서 오토바이 여행을 많이 했고, 지금도 교통 수단이 오토바이다. 작품의 배경 지역 대부분을 이미 젊은 시절에 돌았다. 하지만 20 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연재를 위해 다시 찾아간 그곳은 모습이 너무 변해 있었다.

"1980년을 전후해 광주를 두 번 여행한 적이 있어요. 그곳 화교 마을도 그때 들렀습니다. 당시의 기억을 바탕으로 '호두나무 왼쪽 길로'에 화교 즉 제3자가 본 80년 광주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내려가 보니까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결국 그 장면은 만화에 담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1년간 가정 생활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수유리 자택 2층에 마련된 작업실에서 밤낮 구별 없이, 휴일도 없이 일에 매달렸다. 마감이 다가오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런 그에게 힘을 준 것은 역시 독자의 뜨거운 반응이었다. 독자들은 "만화에 등장하는 딸기가 누구냐"고 궁금해 했고 연재가 막바지에 이르자 "이렇게 끝내려는 것이냐"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큰 일을 마쳤기 때문에 당분간 휴식을 취하겠다"며 "앞으로 좀 더 큰 화면을 통해 스케일 큰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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