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첫날부터 표면화한 북한과 미국의 의견차이는 26일 오후 열린 북미접촉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미국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는 전날 접촉에서도 그랬듯이 이날도 "이번 접촉은 비공식접촉이며 협상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그러자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양자 직접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핵 문제 해결 과정 중에도 핵개발은 계속한다"는 폭탄성 발언(본보 28일자 보도)을 하고 자리를 떴다. 북한은 이날 저녁 주중 대사관 앞에서 미국을 향한 비난성 성명을 발표했다.이처럼 북미간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27일 오전 차석대표단 회의를 통해 시작된 공동발표문 조율작업은 30시간여 만의 산고(産苦) 끝에 의장성명으로 바뀌어 나왔다.
회담 마지막날인 27일 회담의 성과를 내놓을 공동발표문안을 만들기 위해 차석대표단 회의가 시작된 것은 오전11시. 핵 동결을 조건으로 안전보장이나 에너지를 제공하는 방안은 북미간 의견차이로 아예 발표문에서 제외됐다. 다만 공감대가 형성된, 회담을 정례화하고 실무(워킹)그룹을 구성하는 내용만 발표문에 넣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마저 문안 합의까지는 꼬박 12시간이 걸려 밤11시에 7개항의 발표문이 완성돼 각국 대표단이 합의문 초안에 서명했다.
상황은 28일 아침 다시 바뀌었다. 본국의 훈령을 받아 모인 오전 실무회의에서 북한이 갑자기 초안 문안 중 '서로의 입장에 이해가 깊어졌다'는 부분을 '각측은 이견이 있지만 앞으로 좁혀나가자'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 미국이 이에 반대하면서 난상토론이 벌어져 오전 11시로 예정했던 폐막식은 오후 3시30분으로 늦춰졌다. 중국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 주재로 폐막식이 거행된 뒤에 다시 전체회의가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끝내 미국이 손을 든 채 자리를 떴다. 이래서 공동발표문은 한 단계 낮은 의장성명으로 격하된 채 오후 5시에 발표됐다.
/베이징=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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