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생포를 특종 보도했던 이란국영통신 (IRNA)이 또다시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사진)을 체포했다고 보도해 주말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비록 미국과 파키스탄의 부인으로 단순한 소동으로 끝났지만 빈 라덴 체포설의 진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IRNA는 28일 빈 라덴이 오래 전 파키스탄에서 체포됐으며, 11월 대선을 앞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선전효과가 가장 큰 시점을 위해 발표를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IRNA는 또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 주 파키스탄을 방문한 것도 이와 관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보도는 IRNA가 이란국영 라디오방송 중 파키스탄의 파순트족을 주 시청자로 하는 파슈토어(Pashto) 채널을 재인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빙성이 크게 떨어졌다. 정보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파키스탄 영자신문 더 네이션의 지국장은 "잘못 인용돼 화가 난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미국과 파키스탄도 즉각 "근거 없는 보도"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네이션 지국장이 "빈 라덴이 미국의 손아귀에 있으며, 미국은 그를 체포했다고 언제든지 선언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파키스탄의 한 관료도 27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알 카에다 요원들이 지난 해 국경근처에서 빈 라덴의 비밀이름인 샤이크의 건강에 대해 대화 중인 것이 인공위성에 잡혔다"고 말했다. 이는 빈 라덴이 2년 넘게 정보기관의 추격을 따돌렸다는 기존 보도를 뒤집는 것으로 빈 라덴 체포설, 혹은 빈 라덴 체포 임박설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부시 대통령은 29일 후세인 체포작전에 투입됐던 '태스크포스121' 투입 등이 포함된 빈 라덴 체포 강화작전을 승인했다. 뉴욕타임스는 군인 1만1,000여명이 소규모로 각 마을에 정착, 구호활동을 하면서 주민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는 새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날씨가 풀리면서 알 카에다 및 탈레반의 은신처인 고지대로의 접근이 더 쉬워져 체포작전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민주당 유력대선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은 27일 "이미 2년 전 토라보라에서 빈 라덴의 위치를 확인했는데, 부시 대통령은 아직 잡지 못했다"며 빈 라덴 체포를 대선 호재로 이용하려는 부시 대통령의 의도를 경계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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