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설악권의 한 콘도. 1,500명이 참여한 한 대학의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수거한 술병이 빈병 분리수거용 박스 18개를 가득채웠다. 한박스에 소주병 150병이 들어간다는 수거업체 직원의 말을 감안하면 이날 모인 빈병은 대략 2,700여병. 하룻밤 사이에 학생 1인당 1.8병의 소주를 마신 셈이다. 콘도 직원은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이방 저방에 널부러진 빈병 치우는 게 제일 고역"이라며 "어떤 대학은 술을 아예 트럭째 실어 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죽기살기식 술잔치가 돼 버렸다. 올해도 어김없이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신입생들은 만취해 콘도를 밤새도록 누볐다. 마시고, 토하고, 또 마시는 일이 오리엔테이션의 전부였다.
최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다녀 온 서울 K대 신입생 김영식(19)군은 "본래 오리엔테이션은 대학생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이지만 실제는 '술에 의한 집단 자학증의 표출'에 불과했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또 다른 신입생은 "대학생이 된다는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지만 오리엔테이션은 사람잡는 술판이었다"며 "방안 가득 빈병이 쌓이도록 술잔이 돌고 돌았고, 마시고 난 잔에 술이 조금 남기라도 하면 3잔씩의 벌주까지 주어져 그 자리를 피하는 길은 술에 만취해 먼저 쓰러지는 것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콘도 관계자는 "오리엔테이션에서의 술파티가 관례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정말 마셔도 너무 마신다"며 "하루 일정이 끝난 오후 11시부터 술자리를 시작, 아침식사시간인 이튿날 오전 11시까지 계속되곤 한다"고 말했다.
음주 오리엔테이션으로 빚어지는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28일 강원 속초시 노학동 S콘도에서는 경기 A대 신입생 한모(19)군이 만취한 채 콘도 4층에서 쓰레기 더미 위로 추락, 전치 16주의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한군이 학과 신입생 대표에 출마하기 위해 각 방을 돌며 술을 마신 뒤 4층 비상구에서 바람을 쐬다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에도 이 콘도에서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던 강원 S대 신입생 석모(19)양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베란다를 통해 옆방으로 건너가다 4m 아래 주차장으로 떨어져 뇌사상태에 빠졌다. S대 학생회 관계자는 "당시 학생 1인당 맥주, 소주 각 1병 이상씩은 돌아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속초=곽영승기자 yskwak@hk.co.kr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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