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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책읽는 아이 곁에서 예습을 시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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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책읽는 아이 곁에서 예습을 시켜주세요

입력
200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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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철학자들의 비밀 파티E. L. 코닉스버그 지음 김서정 옮김·지경사 발행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문자를 깨치고 나면 더 이상 읽어주지 않는다. 문자를 아는 것과 글 읽는 능력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서점에서 혼자 읽는 아이들 옆에는 어른이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만화를 읽고 어른들은 나름대로 독서를 하거나 친구와 끝없이 이야기 마당을 펼쳐 조용한 독서환경을 방해하기도 한다.

늘 아이들의 독서를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지만 가끔 도와주어야 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장편을 처음 대할 때다. 독서능력 발달단계를 보면 초등학교 4학년 정도면 장편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삽화도 별로 없어 스스로 내용이 그리는 장면을 상상하고 또 문장에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것도 추리해보고 앞에 읽었던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뒷부분과 연결시키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이럴 때는 예습을 시켜주자. 예습이란 표지나 차례, 지은이나 옮긴이의 말을 미리 읽으며 내용을 추측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 책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미리 줄거리를 간략하게 알려주어도 좋겠다. 물론 결정적인 결말은 빼고.

"꼬마 철학자들의 비밀 파티"는 네 명의 초등학교 6년생으로 이루어진 팀이 퀴즈대회에서 7학년과 8학년을 이기고 마침내 주(州)우승을 하는 것이 큰 골격을 이룬다. 그러나 그다지 성적이 뛰어나지도 않은 아이들로 이루어진 팀이 어떻게 그런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을까? 그리고 선생님은 왜 그 애들을 뽑았을까?

그것은 노아가 나디아의 할아버지와 에탄의 할머니의 결혼식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들러리까지 섰다. 나디아는 갓 부화한 바다거북을 폭풍우에 죽도록 내버려두지 못했고, 에탄은 전학 와서 놀림 당하는 친구를 보며 자기의 참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줄리안은 급우들로부터 놀림을 받으면서도 자기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잃지않고 세 명의 친구들과 진정한 우정을 키워나가는 중심적인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감(私感)이 개입될만한 상황에서도 반듯한 결정을 내린다. 교통사고로 하반신불수가 된 후 다시 학교로 돌아온 선생님은 아이들의 그런 덕목을 볼 수 있는 눈을 얻은 것이다. 결국 세상에 대한 따뜻한 마음없이 지식만 쌓는 것은 혼자만의 머리 속을 떠돌아다니는 쓸모없는 파편을 모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려 한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네 명의 주인공이 각각 화자(話者)가 되는 1장부터 4장까지는 서로 얽히는 단편과 같아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을 다양한 눈으로 볼 수 있게 하고, 나머지 장들은 퀴즈대회와 전체 이야기를 전지적 입장에서 끌어가고 있다. 한 번쯤 꼼꼼하게 읽는 것은 앞으로 다양한 문학작품을 읽을 수 있는 기본을 다지는 작업이 될 것이다. 어른도 같이 읽으며 지켜보면 좋겠다.

/대구 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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