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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경영서 돋보기/한 권으로 읽는 드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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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경영서 돋보기/한 권으로 읽는 드러커

입력
200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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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철학 피터 드러커 지음·남상진 옮김 청림출판 발행·1만5,000원

올해 95세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이름은 웬만한 사람이면 여러 번 들었을 것이다. '지식 근로자' '단절의 시대'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등의 개념을 만들어냈거나 유행시킨 장본인이고, 잭 웰치가 GE회장에 임명된 후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이다. '현대 경영학의 발명자' 등으로 불리는 그는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고 책을 내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발언을 끊지 않고 있다. 하지만 30권이 넘는 그의 저서를 한 두 권이라도 꼼꼼히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딱 알맞다. 드러커 스스로 자신의 책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골라 모았다. 4개의 핵심적인 주제별로 7,000여 개의 문장을 뽑고, 이를 다시 약 200개로 추렸다. 원제는 'Drucker Sayings by Peter Drucker'다.

저자는 내용을 크게 4부로 나누었다. 1부는 지식사회의 주역인 개인의 일과 성과를 다룬 '일의 철학'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린다는 것에 대한 논의다. 2부는 경영의 기본과 원칙을 말하는 '경영의 철학'으로, 지금 무엇을 이룩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3부는 의도한 변화인 변혁의 본질과 실행에 중점을 둔 '변혁의 철학'으로, 변혁의 일상화를 강조하고 있다. 4부는 역사로부터 이해하는 인간과 사회, 경제를 다룬 '역사의 철학'으로, 역사로부터 미래를 보고 있다. 각 부는 다시 14∼15개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1부의 경우 성장, 성과능력, 공헌, 지식 노동자, 제2의 인생 등이다. 항목별로 각 책에서 따온 관련 부분이 소개되어 있다. 따라서 독자가 원하는 분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장 항목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한 클라리넷 연주자가 지휘자의 권유로 처음으로 객석에서 연주를 청취했다. 그 후 그는 훌륭하게 연주하는 것을 넘어 음악을 창조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성장이다. 일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요즘 관심거리인 제2의 인생 항목은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조직보다 장수하게 됐다. 그로 인해 전혀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는데, 그것은 남은 후반부 제2의 인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로 시작한다. 또 "사회나 경제는 기업을 하룻밤 사이에 소멸 시킬 수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이런 식으로 각 항목이 짜여져 있다. 1939년부터 2002년까지 60여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저서에서 뽑았지만, 예전에 쓴 책에서 더욱 저자의 통찰력을 느끼게 된다. 각 주제별로 일관성과 현재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또 짧은 문장들이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것들이다. 현실을 대입해가며 생각하게끔 만든다.

저자는 스스로를 사회생태학자라고 부른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의 환경에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자신을 '보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한다. 높은 망루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서 필요에 따라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거대 담론을 예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단 읽기가 편안하다. 그 다음이야 독자 몫이지만.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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