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난 해 재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가 27일 공개한 의원 269명의 2003년 재산변동 내역에 따르면 재산이 늘어난 의원은 145명(53.9%), 줄어든 의원은 113명(42.0%), 변동이 없는 의원은 11명(4.1%)이었다. 전년도에 재산 증가자가 178명(66%), 감소자가 86명(32%)이었던 것과 비교해볼 때 재산 증가자가 다소 줄어든 셈이다.이번 공개에서 1억원 이상 늘어난 의원은 42명.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24명, 민주당 6명, 열린우리당 6명, 자민련 3명, 국민통합21 1명, 민국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절반을 넘었다.
재산이 10억원 이상 증가한 의원은 5명으로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가 약 903억원이 늘어났다고 신고해 1위였다. 정 의원은 신고서에 '현대중공업 15만주 감소'라고 표시한 채 구체적인 증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 "불성실 신고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 의원측은 뒤늦게 "신고 금액은 보유 주식의 시세 평가 증가분으로 미실현 차익이며, 15만주 매각 대금은 부채 등을 갚는 데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해명 역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정 의원 뿐 아니라 이번 신고에선 재산 랭킹 상위권의 재력가로 알려진 일부 의원들이 재산 증가를 신고했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연유로 재산이 늘었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지 않아 의문을 낳고 있다. 18억여원이 늘어 증가 순위 3위를 기록한 한나라당 김진재 의원 등이 예이다.
반면 1억원 이상 재산이 준 의원은 43명으로 한나라당 26명, 민주당 5명, 우리당 9명, 자민련 1명, 무소속 2명으로 나타났다. 감소 1위는 지난해 재산 증가 1위였던 민주당 이정일 의원으로 소유 부동산의 증여로 62억5,744만원이 줄었다. 자민련 이인제 부총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산변동 사항이 없다고 신고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의장과 각 당 지도부의 재산 변동은 재산 감소 10위를 차지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폭이 크지 않았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예금 감소 등으로 재산이 1억903만원이 줄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박 의장의 장남은 재산 신고를 거부, 눈길을 끌었다. 김태식, 조부영 부의장은 각각 본인 채무 감소 및 배우자 주식 증가 등으로 3,023만원과 2억8,671만원이 늘었다.
반면 한나라당 최 대표는 은행 빚 등으로 재산이 3억5,945만원 줄어들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부인의 예금 증가로 1억1,610만원이 늘었고,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임대 채무 증가로 1,053만원이 감소됐다고 신고했다. 16대 국회 들어 3년째 변동사항이 없다고 신고했던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부인의 예금 감소로 30만7,000원이 줄었다고 밝혔다.
불법 대선자금 사건에 연루된 여야 인사들 가운데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는 보험 예금 감소 등으로 661만원이 감소한 반면, 우리당 정대철 의원은 4,000만이 증가했다. 한나라당 김영일 전 사무총장은 본인 및 배우자 예금 등으로 1억557만원이 늘었으나, 우리당 이상수 의원은 1억3,981만원이 줄었다고 공개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예금 등으로 2,144만원이 증가했고,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은행 대출 등으로 767만원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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