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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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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

입력
200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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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베일런트 지음·이덕남 옮김 나무와숲 발행·1만5,000원

돈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인생의 황혼을 맞은 노년에 돈 없는 것만큼 불행한 일이 없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최근에는 웰빙 붐이 일면서 건강 챙기기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나이 들어 건강마저 잃으면 인생 다 살았다고 여기는 게 당연해 보인다. 과연 '돈과 건강'만 있으면 노년은 행복할까? 인생의 만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원제 'Aging Well')은 미국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가 820여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길게는 80년 이상의 발달 과정을 분석, 행복한 노화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제시한 책이다. 인간 발달 조사로는 가장 오래 진행된 이 연구는 1920년대에 태어나 사회적 혜택을 받고 자란 하버드대 졸업생(268명), 1930년대 출생한 보스턴 빈민(456명), 1910년대에 태어난 천재 여성(90명) 세 집단에 걸쳐 있다. 각기 다른 연구지만 하버드대가 통합해 2000년에 연구를 완결했고 그 책임을 저자가 맡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적인 노화의 열쇠는 금전이 아니라 자기 관리와 사랑'이다. 뻔한 소리 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돈 벌고, 건강 챙기는 것만큼 이런 일에 몰두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특히 주목할 것은 70대에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는가 아닌가는 50세 이전에 이미 결정된다며 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발달 연구 보고서로 읽을 수도 있고, 행복한 노년을 가꾸는 지침서로 읽을 수도 있다. 또 연구가 설문 응답과 5년마다 이어진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의 인생 변화를 자세히 엿보는 르포 문학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연구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문학 작품을 인용하는 등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도 빼어나다. 연구 보고서가 한 권의 좋은 읽을거리로 어떻게 탈바꿈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만하다.

저자가 건강한 노화를 위해 제시하는 7가지 조건 중에는 태도, 육체적인 건강, 자기 계발의 요소 등이 포함된다. 50대 이전에 흡연이나 알코올중독 경험이 있는가, 알맞은 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했는가는 70대 이후 노년의 신체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신체 요인보다 더 강력하게 건강한 노년을 보장하는 것은 '성숙한 방어기제'이다. '성숙한 방어기제'란 소소하게 불쾌한 상황에 부딪치더라도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지 않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70세가 넘도록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숙한 방어기제를 지니고 있지만 불행하고 병약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서는 이런 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얼마나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했느냐, 또 오랫동안 교육을 받았느냐도 중요하다. 저자는 놀이와 창조적 활동에 적극적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열심인 80대 남자를 소개했다. 그는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아내를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피아노 연습을 하고, 신문을 읽기 위해서이다. 며칠 전부터 그리스어 판 '오디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앞으로 10년 동안에는 모차르트의 소나타 C장조 KV545 연주를 완벽하게 익힐 것"이라고 대답했다.

가장 완벽하게 건강한 노년을 살고 있는 사례로 제시된 아이리스 조이에게는 이 모든 활동이 구비되어 있다. 그는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랐으며 담배를 피우지도, 알코올중독에 걸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삶 전체를 하나의 기나긴 여정으로 볼 줄 알았으며 사랑의 씨앗을 영원히 다시 뿌려야 한다는 사실을 늘 가슴에 새겼다. 행복한 노년의 진짜 비결은 마지막 순간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데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실천했다. 하지만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그가 부유했기 때문이 아니다. 조이는 매달 사회보장연금으로 300달러, 직장 연금으로 300달러 정도를 받고 있었다. 스스로 "나는 평생 빈곤선 이하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흔히 노년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온 콜레스테롤 치수 스트레스의 정도 유년기의 성격 사회적 유대 관계 등은 노년 생활과 큰 관련이 없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종교적인 신념이나 새로운 생각에 대한 열린 태도, 편견 없는 정치적 관점 등도 성공적인 노화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저자는 책에서 평범하지만 좋은 비유 하나를 들려준다. '자동차의수명은 어디까지나 운전 습관과 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 오래된 차들이 덜거덕거리고 볼썽사나운 꼴이 되어 폐차 지경에 이르는 것은 수명이 오래 되어서가 아니라 사고나 관리 소홀 때문이다.' 노령화 사회에 개인이 자신의 노년을 어떻게 가꿔야 할지 알려주는 좋은 지침서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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