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을 한다던 국회가 결국 자기 밥그릇 늘리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 그것도 정치개혁특위가 본업에 합의를 이루지 못해 총무회담으로 떠넘긴 결과다. 어제 국회 표결은 표면적으로는 열린우리당의 현행 의석 고수안과 야당의 증구안에 대한 찬반을 다수결로 처리한 것이지만 열린우리당의 속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은 뻔히 알려져 있다. 각 당이 한 때 지역구를 포함, 273석의 현 의석 고수를 당론으로 하는 호들갑을 떨기도 했으나 그 것이 모두 눈가림에 불과했다는 것이 결과로 증명됐다.한마디로 개악이다. 의원 정수증원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정치권이 이 필요성을 인정받을 자격을 스스로 박탈했다는 업보를 강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것이 국민 여론이다. 그 동안 이 눈치 저 눈치 보는 시늉을 한 것도 이를 너무 잘 아는 탓에 제 발이 저렸기 때문 아닌가.
지역구를 늘리게 된 과정을 되짚어 보면 더욱 기가 찬다. 예컨대 민주당은 호남, 특히 전남을 지키겠다는 지역주의를 버리지 않았다. 인구비례상 전남지역의 증구는 불합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핵심논란 중 하나인 제주지역은 또 어떤가. 헌법재판소 결정대로라면 마땅히 3개 지역구를 2개로 줄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정서적 합의'가 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이 한때 13개 증구안을 제시했다가 야당의 고집에 마지못한 척 현행고수의 명분을 챙기려는 것은 더욱 가소롭다. 법정신이나 원칙을 정치적으로 얼마든지 재단할 수 있다는 정치만능, 정치오만에 모든 당이 아직도 젖어있다.
의석의 증가가 불가피해 차라리 비례대표를 늘리겠다면 그건 다른 얘기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지역구의 증설을 일단 확보하고 비례대표 수를 다시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용납 못할 장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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