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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야살쟁이록

입력
200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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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 지음 우리교육 발행·전2권 각권 7,000원

김종광(33·사진)씨는 자신이 살아온 사회를 작품에 옮기는 데 관심이 많은 소설가다. 그는 동갑 여자가 살아온 삶을 묘사한 중편 '71년생 다인이'에서 80년대 이념과 90년대의 현실 사이에 낀 또래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었다. 김씨의 첫 장편인 '야살쟁이록'도 그의 관심이 잘 모아진 작품이다.

충남 서해안의 혼주군 혼주고 1학년 7반 아이들이 쓴 '학급실록'과 '야살쟁이'(야살은 얄궂고 괴상하고 되바라진 말이나 짓) 모임이 낸 문집, 주인공 다현이가 바라본 전교조 결성 이야기 등 1987∼9년의 기록이 한 편의 소설로 묶였다.

6·29 민주항쟁으로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고, 지강헌이 인질극을 벌이고, 태풍 셀마가 한반도를 휩쓸던 때, 야살쟁이들은 야자(야간자율학습)와 보충수업에 시달리면서도 짤짤이를 하고 오락실도 드나들고 전교조 운동도 한다. 학급실록에는 민주학생기념일, 보충수업, 에이즈 등 그때의 고교생활과 사회상이 생생하게 담겼다. 의기투합해 만든 '야살쟁이' 문집에서는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을 학교라는 작은 세계에서 하나하나 배우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니까 '야살쟁이록'은 '고삐리'의 눈으로 바라본, 혼란스러웠던 80년대 후반이다. 그 시기를 살았던 야살쟁이들은 학교 너머 모순된 세상과 어떻게 교감해야 하는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 야살쟁이 중 하나가 자라서 소설가 김종광이 됐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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