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가 냉각되면서 민간부문 건설수주가 32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고, 백화점 등 도소매판매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행진을 기록했다. 수출업종의 호조로 경기가 조금씩 살아난다고 하지만 회복세는 예상보다 극히 부진하고 일부 업종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형편이다.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민간 건설수주는 작년 1월에 비해 27.2%나 급감, 2001년 5월(-41.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공공부문을 포함한 전체 건설수주 역시 전월 6.7% 증가에서 14.3% 감소로 반전했다. 이는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으로 도로, 교량, 철도궤도 등의 발주는 늘었으나 주택, 사무실, 학교, 병원 등 민간 부문의 발주가 급감한 데 따른 것으로 정부의 부동산 투기 대책이 건설 경기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반영했다. 이 같은 건설수주 둔화세는 작년 4분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뜩이나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얼어 붙은 상황에서 건설 경기까지 급랭할 경우 경기 회복 속도는 더욱 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소매판매도 작년 동월 대비 2.5%가 감소,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이 중 백화점 매출은 13.6%나 떨어져 심각한 내수부진을 나타냈다. 도소매판매의 내리막 행진은 외환 위기(1997년12월∼98년12월) 당시 13개월간 마이너스를 지속한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설 특수에도 불구하고 광우병과 조류독감 파동으로 인한 육류 매출 부진 등이 백화점 매출 급감의 원인이 됐다.
설비투자는 작년 1월에 비해 3.1%가 감소, 7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했다. 설비투자 감소폭도 전월의 -1.6%에 비해 2배 가량 커졌다.
수출과 내수 업종의 경기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1월의 출하 중 수출은 작년동월 대비 17.7% 늘었으나 내수는 3.1%가 감소했다. 수출 주력 업종인 반도체 생산은 53.8% 늘었으나 자동차 생산은 내수 둔화의 직격탄을 맞아 9.2% 감소했다.
수출 활황으로 1월의 전체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대비 4.8% 증가, 8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했다. 전월에 비해서도 1.1% 증가했으나 전월의 생산증가율 10.9%에는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99.7로 0.2포인트 증가, 5개월째 상승세를 유지했고 경기를 예고해주는 경기선행지수 역시 전달보다 0.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미약하나마 경기 회복이 지속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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