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하와이 출장 길에 호놀룰루 펀치볼 국립묘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태평양전쟁 전사자와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로 희생된 일본인 2세 등이 묻힌 곳이다. 이곳에 장군묘역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똑 같은 모양의 비석이 다닥다닥 붙어있을 뿐이었다.그로부터 한달 남짓 지난 26일 한국에서는 편법으로 조성돼왔던 국립현충원 내 장군묘역의 봉분을 합법화하기 위해 국방부가 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사실 장군들을 요람(사관학교)에서부터 무덤까지 특별대우하겠다는 발상은 아무래도 납득이 안간다. 하지만 구내 목욕탕에서 사용하는 슬리퍼 색깔까지 장군과 일반 간부용을 구분하는 국방부식 기준에 따르면 당연한 일이다. 결국 국방부가 현충원을 관리하는 한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해 현충원에 안장된 약 2,300명 중 현역군인은 130여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애국지사와 이미 제대해 보훈가족으로 분류되는 참전용사 등이다. 현역을 제외한 나머지 유공자는 국가보훈처가 국방부 허가를 얻어 안장해야 한다. 이 때문에 20여년 전부터 국립묘지를 보훈처에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 내에서는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줄기차게 나왔으나 국방부의 '사수 의지'는 단호하다. 조영길 국방부 장관까지 간부 모임에서 "국립묘지는 군인의 고향이므로 현충원 이양에 대해 확실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세종기지 활동 중 숨진 전재규씨의 현충원 안장이 논란이 돼야 하는 현실과 내후년 문을 여는 현충원 내 납골당에서까지 장군실을 별도 운영하는 등의 어이 없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뭔지를 깊이 생각해볼 시점이다.
김정호 사회1부 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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