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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알로에 인생 김정문 <25> 자라는 훌륭한 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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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알로에 인생 김정문 <25> 자라는 훌륭한 보양식

입력
200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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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가 최근 축산법상 가축으로 인정 받았다. 다행한 일이다. 가축은 집에서 기르는 짐승으로 옛날부터 훌륭한 먹거리였다. 지렁이도 몸에 좋은 음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자연식에 관심이 많은 나는 1980년대 중반부터 지렁이는 건강보조식품이라고 주장했다. 토룡(지렁이)을 먹고 만성간염과 허약체질을 고친 사례는 수 없이 많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일찌감치 지렁이를 건강식품으로 인정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지렁이를 혐오식품으로 여겨왔다. 참으로 답답했다.

토룡은 단백질이 풍부한 반면 지방은 적다. 마그네슘과 칼슘은 돼지고기의 100배가 넘는다. 몸에 좋을 수 밖에 없다. 혐오식품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난다면 보신탕보다 훨씬 나은 보양식이다.

자라는 더 좋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회사가 무너진 1983년 봄, 쉰 여섯 때 일이다. 내게 갑자기 발기 부전증이 찾아왔다. 남자라면 사업을 망해도 몸만 성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몸이 허하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환갑도 안 돼 위기를 맞은 내 심정은 참혹했다. 끼니 걱정과 비할 바 아니었다.

그때부터 나는 성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18㎝의 여행'이라는 책은 많은 도움이 됐다. 서양의 정신 의학자가 쓴 이 책은 여자 생식기의 깊이에서 제목을 따왔다. 성에 관한 지식은 필수 불가결하다는 내용이다. 성에 관한 일본책도 두루 읽었다.

그렇게 해서 성의 실체와 기교, 인간에게 주는 환희와 의미를 학문적으로 이해하게 됐다. 나는 주례 부탁을 많이 받았지만 대부분 사양했다. 그런데 도저히 뿌리치기 힘들어 두 번 맡은 적이 있다. 그때 마다 나는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골적으로 들릴 수 있는 얘기도 했지만 하객들은 그다지 민망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만큼 진실되고 솔직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나는 한가지 일에 빠져들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성격이다. 성에 대한 탐색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성에 관한 책을 쓰고 싶었지만 지금껏 미뤄온 게 후회 된다. 인간에게 분명 실존하는데도 "난 그런 거 몰라"라고 깨끗한 척 하는 건 위선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발기부전은 책과 이론만으로는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남 앞에서 당당 하려 고 애썼지만 마음은 쪼그라들기 일쑤였다. 알로에처럼 해법도 일본 책을 통해 찾아냈다. 83년 겨울 나는 일본에 갔다. 사업을 재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돈과 시간이 여유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도쿄의 지인이 꼭 방문해 달라고 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는 한나절을 짬 내 책방에서 발기부전에 관한 서적을 훑어 봤다. 해결책은 다양했지만 자라가 특히 눈에 띄었다. 나는 그 책에 소개된 자라로 만든 약을 구입, 복용했다. 책의 저자는 일본에선 알아주는 학자였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감감했다. 두 달 후에도 달라진 게 없어 남몰래 속을 태웠다.

그러더니 3개월부터 느낌이 왔고 5개월 만에 정상을 회복했다. 그 때의 감격은 경험한 사람만이 안다. 84년 5월 무렵인데 이후 나는 그야말로 정열적으로 일했다. 방송 출연과 전국 순회 강연에도 지칠 줄 몰랐다. 강행군을 견뎌낸 힘은 바로 항상 지니고 다니면서 때 맞춰 먹은 자라 약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이런 경험을 다른 사람도 맛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92년 5월 자라 제품을 선보였다. 자라 전체를 분말로 만든 것도 있고 기름만 따로 모은 것도 있다. 피와 간 쓸개 등 내장을 섞어 만든 제품도 있다. 그러자 회사 내에서도 김정문의 이미지만 흐려질 것이라는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알로에로 승부를 걸어야지 '몬도가네' 회사를 만들 작정이냐는 비난에는 곤혹스러웠다. 무슨 뱀 장수 같은 얘기냐는 비웃음도 들렸다. 하지만 나에게는 신념이 있었다.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 알로에와 자라를 먹고 새 삶을 찾는다면 행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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