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다가 눈에 띄는 보도를 접했다. 수배자 전단지의 사진 한 장으로 일약 '강짱(강도 얼짱)' 스타가 된 용의자가 검거됐다는 소식이었다.회원수가 5만명에 육박하는 인터넷 카페가 개설된데다 '예쁘니까 용서된다'는 네티즌의 면죄부까지 받은 터라 그녀의 검거는 세간의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얼짱이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그녀의 대답은 "어이없다"였다.
요즘 우리 사회는 갖가지 '짱'들로 넘쳐나고 있다. 일찌감치 짱 열풍을 주도해온 '얼짱'을 비롯해 몸매가 예쁘다는 뜻의 '몸짱', 재테크에 능하다는 '돈짱'까지 등장했다. 열기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기세다. 앞으로 과연 무슨 희한한 짱이 나올지 궁금하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 불어닥치는 얼짱 열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사람의 가치를 겉모습으로만 예단하는 외모 지상주의가 공공연히 횡행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얼짱 열풍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점 또한 열풍 이상 확산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얼짱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다. 이 열풍이 언론에 의해 더욱 조장되고 부풀려진 듯한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얼짱은 원래 인터넷 문화의 산물이었다. 인터넷망을 타고 인기를 더해 가던 일반인의 얼짱 사진이 언론 보도로 오프라인에 공개되면서 그 열기가 한층 더해진 것이다.
강짱 역시 사진이 일간지에 실리면서 팬 카페 회원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하니 열풍 확산에 언론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한 케이블 방송사는 단순 보도에서 나아가 아예 얼짱, 몸짱을 직접 만들어주겠다는 프로젝트까지 내놓아 방송위원회로부터 중단 조치를 받기도 했다.
짱은 본래 우리 말이 아니다. 일본의 호격 조사에서 유래한 ' (짱)'은 우리나라에서 '해당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을 지칭하는 의미로 자리매김 됐다. 단순히 '얼굴이 예쁜 사람', '몸매가 빼어난 사람'을 한낱 호기심거리로만 치부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진정한 최고가 나올 수 있도록 건강한 짱 열풍을 선도하는 언론의 역할이 아쉽다. 더 이상 어이없는 얼짱 열풍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진 아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9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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