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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1만3,000여명 받은 베테랑 산파 이복남씨 "제왕절개는 자연 거스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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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1만3,000여명 받은 베테랑 산파 이복남씨 "제왕절개는 자연 거스르는 일"

입력
200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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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잘못된 출산 문화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자연분만 전도사로 유명한 이복남(74·사진)씨가 다시 펜을 잡았다. 산파경력 47년에 1만3,000여명의 아기를 받아낸 경험을 토대로, 한마디로 '아기 잘 낳는 법'을 담는 책이다.

전북 정읍시 산외면 화죽리에서 동갑의 남편과 노년을 보내고 있는 이씨는 아이 낳는 이야기만 나오면 열변을 토한다. "제왕절개 분만이 '남는 장사'라며 이를 유도하는 병원이나 고통 없이 아기를 낳겠다는 산모 모두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씨는 국내보다 독일에서 베테랑 조산사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그가 평생 자연분만으로 받아낸 아기가 38개 국적의 1만3,000명이 넘는다.

산파 생활을 시작한 것은 18세 때인 1948년. 전주 고등간호학교를 나와 간호사 취업을 앞두던 그는 자격증 하나 더 딸 욕심으로 그 해 10월 폐지를 앞둔 조산원 국가고시 시험에 응시, 최연소로 합격했다. 그것이 그의 인생항로를 바꿔 놓았다.

병원 간호사로 일하며 틈틈이 산파 출장에 나섰던 그는 58년 전주에 '산파 조산원'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조산사 생활을 시작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자"는 게 전업 이유였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어지간히도 '없던' 가난한 시절이라 조산비를 건지기는커녕 오히려 "미역국이라도 끓여 먹으라"며 산모에게 돈을 쥐어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가 "고통 없이 아기 낳는 법을 배워오겠다"며 71년 정부의 간호사 인력수출사업에 자원해 서독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받아낸 아기는 5,000여명.

산파 중심의 분만문화가 정착된 독일에서 그는 빛을 발했다. 병원 산부인과에 배정된 그는 5년 만에 독일 주정부가 실시하는 조산사 시험에 합격해 독일 의료진을 놀라게 했다.

병원측이 더 일해달라고 간청하며 정년(60세)을 5년 늘려줄 정도로 그의 실력은 정평이 났다. 독일 생활에서 세계 38개국 이민자와 유학생, 외교관 등 아기 8,000여 명을 받아냈다.

독일 내에서도 손꼽히는 조산사로 영주권까지 얻었던 그가 귀국을 결심한 것은 95년 우리나라 제왕절개 분만율이 세계 최고라는 충격적인 국내 신문보도를 접한 뒤였다. "한국의 잘못된 분만문화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라며 1년을 고민하다 이듬해 자녀들만 남겨놓고 남편과 함께 영구 귀국했다. 귀국 이후 그는 '예쁜 아기 낳는데 통증은 무슨 통증'(96년) 등 2권의 책을 내고 전국의 대학과 병원을 돌며 자연분만 전도사 활동을 해왔다.

다양한 인종의 아기를 받아본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난산 대처 요령 등을 담은 책을 집필 중인 이씨는 "최근 들어 제왕절개 분만이 다소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자연분만의 장점을 널리 알리는데 여생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읍=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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