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돼 농촌 사람들을 더 안쓰럽게 바라보는 도시인들의 시선을 기필코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꾸어 놓겠습니다."우리 농업을 짊어질 꿈나무 양성기관인 한국농업전문학교(교장 박해상)의 올해 수석졸업자 이금진(24·충북 진천군 이월면·사진)씨는 "농업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말한다.
상업고등학교를 나와 2년 동안 중학교 서무직원 생활을 하던 이씨가 2001년 이 학교에 입학한 것은 농사꾼인 아버지 호영(51)씨의 권유도 있었지만 그 자신이 인생 진로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경험도 지식도 없는 저 같은 젊은 여자가 제대로 공부하고 농사일을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어요. 하지만 상사의 눈치를 보고 사람들에 치이는 직장생활보다는 혼자서 할 수 있고 미개척 분야가 무궁무진한 농업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더 커지더군요." 그래서 직장을 과감히 박차고 3년 과정의 한국농업전문학교에 들어갔다. 한 학년 240명의 학생 중 여학생이 20명도 되지 않아 외로움도 느꼈지만 이씨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이제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직업 농민으로 첫 발을 내디딘 이씨가 생각하는 영농 비책은 '차별화'에 있다. 똑같은 농법, 똑같은 유통, 똑같은 홍보로는 날이 갈수록 예민해지는 소비자의 입맛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는 아버지의 논 2,000여평에 처음으로 직접 벼농사를 짓고, 규모는 작지만 미곡처리장 역시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내달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가을에는 수확한 쌀을 전자상거래로 판매할 계획입니다. 판매된 쌀에 대해서는 사후 만족도 조사를 병행해 소비자의 기호를 직접 확인할 생각이예요."
농업전문학교 시절 2002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7개월간 농장실습을 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이씨는 "아르바이트로 농장체험을 하는 중·고생, 대학생들에게 농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설명하던 캐나다 농민들이 부러웠다"며 "모든 국민이 농업과 농촌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농업인이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 봉담음에 있는 한국농업전문학교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 농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1997년 첫 신입생을 모집한 3년제 대학으로 학비 전액이 국비로 지원된다. 졸업 후에는 의무적으로 6년간 농업계통에 종사해야 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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