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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탈북 원조 민홍구씨의 험난했던 20년 日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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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탈북 원조 민홍구씨의 험난했던 20년 日살이

입력
200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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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 남자가 일본 도치기현 우츠노미야(宇都宮)시에 있는 구치소를 탈출했다.구치소 옥상에서 운동시간에 무선용 케이블을 타고 내려와 도망친 남자는 승용차와 트럭을 잇달아 훔쳐 몰고 달아나다가 결국 1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남자는 조선인민군 하전사 출신인 민홍구(閔洪九·41)씨다.

그는 1983년 북한 남포항에 정박했던 일본 냉동화물선 '제18 후지산마루(富士山丸)'를 몰래 타고 일본에 와 망명을 요청했었다. 북한은 재입항한 이 배의 선원들을 간첩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신병인도를 요구했다. 이 사건은 북한과 일본간에 심각한 외교문제가 돼 북한은 일본 선원들을 7년이나 억류했다가 돌려보냈다. 일본 정부는 민씨를 일단 밀항 혐의로 체포했다가 1988년 특별 체류허가를 주어 일본에 살게 했다.

한국이 아닌 외국으로 탈출해 국제적인 문제가 되는 탈북 사건의 원조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일본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는지 폭행, 절도미수, 건조물침입 혐의 등으로 몇 차례 구치소를 드나들었고 이번에는 여학생에 대한 강제외설 혐의로 수감돼 있다가 탈출 소동을 벌였다. 그를 돕던 일본의 탈북자 지원 활동 관계자들은 "고독한 탈북자의 비애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일본에는 최소한 40명 이상의 탈북자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부터 중국을 거쳐 탈출한 조총련계 재일동포와 일본인처, 그 자녀들이다. 1953∼84년 조총련계 재일동포 가족 9만 3,340명이 북한에 귀국했다. 이중 일본인처는 약 1,800여명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으로 탈출한 이들의 호적이 아직 일본에 남아있는 것을 근거로 일본국적자로 보고 도항서를 발급해 비공식적으로 받아들여왔다.

일본 정부는 물론 중국과의 외교분쟁이나 탈북자들의 신변안전을 고려해 일본에 받아들인 탈북자들의 숫자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망명을 잘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가 북송 재일동포 가족이 아닌 일반 탈북자들까지 일본에 망명 신청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덮어두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 일본의 탈북자 지원단체들이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사회부적응을 호소하고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나마 이들의 존재가 알려지고 있다.

신윤석 도쿄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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