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cm, 76kg의 다부진 체격을 자랑하는 김재현씨.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 시대에 두번째 도전만에 합격통지서를 거머쥔 행운아다. 지난 23일 졸업식(경희대 섬유공학 전공)때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부모님은 물론 대학원에 다니는 약혼녀의 기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터. 새내기 직장인으로 각오를 새롭게 하기 위해 최선임씨와 함께 시내 한 백화점 신사복 매장을 찾았다.
최 올해는 남성복도 ‘롱&슬림’, 그리고 ‘클래식’이 키워드예요. 두가지 키워드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게 스트라이프니까 일단 스트라이프 수트를 골라볼까요.
김 대학시절 딱 한벌 갖고있던 정장이 검정색이예요. 색상을 달리했으면 하는데.
최 올해는 사실 여성복이나 남성복이나 좀 화사해지는 추세예요. 경기가 나쁘면 옷 색상은 화사해진다고 하는데, 뭐 정설은 아니구요. 밝은 회색에 그린이나 주황색으로 얇게 줄무늬를 넣은 것들이 트렌드 제품으로 많이 나왔어요. 그렇지만 정장을 여러 벌이면 모를까, 신입사원은 우선 기본형을 갖춰야하니까 짙은 감색 스트라이프를 추천하고 싶네요. 줄무늬 간격은 지난해에 비해 좀 넓어졌어요.
김 체격이 큰 편이니까 저도 짙은 색쪽이 더 무난할 것 같아요.
최 버튼은 투버튼보다 쓰리버튼이 낳아요. 더 젊고 날씬해보여요. 투버튼은 V존이 길어져서 자칫 아저씨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특히 뚱뚱한 사람은 배가 더 나와보이니까 금물이예요.
김 입사하자 여자친구가 가장 먼저 한 말이 “배는 절대 나오면 안된다” 였죠. 직장다니면 배가 금방 나온다잖아요.
최 글쎄 말이예요. 그래도 아주 멋쟁이는 오히려 투버튼이나 원버튼을 선호해요. 몸매도 되고 V존 연출에 자신있다는 소리죠. 넥타이는 좀 화사한 걸로 골라볼까요. 수트가 어두우니까 V존은 한결 밝고 경쾌하게 가야 멋있어요. 분홍색 스트라이프를 권하고 싶네요. 분홍색은 얼굴을 밝게 해주거든요. 재현씨는 좀 가무잡잡한 타입이니까 빨강 주황 녹색 같은 진한 원색보다는 파스텔 색상이 좋아요. 검은 얼굴에 짙은 원색은 촌사람처럼 보이기 십상이예요.
김 그러지않아도 여자친구가 늘 화사한 색상만 골라줘요. 넥타이 이렇게 매는 거 맞나요?
최 아이고, 제가 매 드릴께요. 나중에 결혼하면 와이프한테 넥타이 매달라고 해야겠네요.
김 전 가부장적인 거 제일 싫어해요. 와이프한테 ‘넥타이 매라, 와이셔츠 다려놔라’ 그런 소리 절대 안할거예요.
최 암튼 화사한 넥타이는 흰색 셔츠나 줄무늬가 들어도 천 자체의 짜임을 통해 은은하게 스트라이프 효과만 나는 정도의 셔츠와 연출하는 게 좋아요. 괜히 색이 진한 스트라이프 셔츠를 매치하면 눈이 얼빈다고 하나, 역효과가 나지요. 자, 깔끔하고 믿음직한 신입사원 정장 스타일이 완성됐으니 이제 프라이데이 캐주얼을 골라볼까요. 어떤 스타일을 원해요?
김 대학 다닐때는 흔히 폴로스타일이라고 하는 트래디셔널한 캐주얼을 주로 입고다녔는데 좀 달라지고 싶어요. 좀 튀는 스타일을 해보고 싶은데….
최 잘 생각했어요. 요즘 ‘메트로섹슈얼’이라고 들어봤지요. 여자들처럼 멋지게 차려입는 것을 즐기는 남성들을 말하는데 아무래도 색감이나 디자인이 아주 감성적이고 섹시해요. 밝은 주황색에 홀치기염색으로 하얀 동그라미를 만들어낸 티셔츠, 하얀색 면바지로 경쾌함을 강조하는 것이 좋겠어요. 셔츠는 앞단추를 최소한 두개, 만족스럽게는 세개까지 풀어야 더 멋스러워요. 주황색이 조금 부담스러울때는 재킷을 슬쩍 걸쳐서 배색효과만 내는 것도 멋지구요.
김 너무 튀는 것 아닐까요?
최 무슨 말씀. 몸매가 탄탄하니까 자신있게 입으세요. 늘 하는 말이지만 옷은 많이 입어볼수록, 자신감을 갖고 입을수록 더 멋지게 보여요.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조언. 얼굴이 검은 편인데 머리가 이마를 덮고 있어서 답답해보여요. 가능하면 앞머리에 살짝 웨이브파마를 해서 바깥쪽으로 빗어넘기면 좋겠어요. 얼굴이 한결 시원해보일걸요.
김 머리가 직모라 손질하기가 어렵더라구요. 파마를 할지 여부는 여자친구랑 상의해볼께요. 오늘 여러가지 조언 너무 고맙습니다. 덕분에 멋쟁이 신입사원 소리 듣겠는걸요.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최선임씨가 말하는 남성 멋내기 원칙
1. 피부가 검을수록 화사하게 입어라
흰색이나 엷은 핑크계열의 화사한 셔츠를 받쳐입으면 섹시한 건강미가 넘쳐보인다.
2. 스트라이프는 굵을수록 세련되어 보인다
올 봄 수트의 스트라이프는 간격이 넓은 것이 대세. 촘촘하면 경직된 느낌을 줄 수 있다.
3. V존은 좁혀라
초봄 많이 시도되는 V네크라인 니트는 셔츠깃과 타이의 매듭부분만 살짝 보일 정도로 V존이 짧아져야 더 클래식한 멋이 산다.
4. 큰 무늬 혹은 꽃무늬 중 하나를 구입하라
올 봄에는 화려한 꽃무늬나 기하학 무늬를 커다랗게 넣은 셔츠 하나쯤은 있어야 멋스럽다는 소리를 듣는다.
5. 양복 바지 주머니속에는 아무것도 넣지말라
간혹 양복 바지주머니에 열쇠뭉치와 지갑, 각종 영수증과 동전들까지 다 넣어 불룩하게 만들어 다니는 사람들 있다. 개발에 편자란 이런 꼴. 직장남성이라면 메신저 백 정도는 마련해서 각종 소지품을 깔끔하게 넣고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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