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초등학생과 포천 여중생 피살사건, 안상영 부산시장과 집단 따돌림 동영상 중학교 교장 자살 사건…종교계가 대대적인 생명존중운동을 펴기로 한 것은 우리 사회의 생명 경시풍조가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자살사이트의 범람과 카드 빚을 비관한 가족의 동반 자살, 그리고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끔찍한 현상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첫 행사로 다음달 27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새희망의 날갯짓으로'라는 제목으로 대규모 생명존중캠페인을 여는 것도 종교계가 더 이상 이를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KCRP에 참가한 각 종단도 이번 운동에 맞춰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명운동을 더욱 활성화한다. 지난해부터 생명31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천주교는 낙태 뿐 아니라 자살 등 반생명 움직임에 반대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KCRP 중앙위원으로 천주교 생명31운동을 이끌고 있는 홍창진 신부는 "본당단위로 생명존중미사를 열고 가족과 이웃의 대화를 촉진하는 등 여러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영화나 TV 드라마 등에서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살인사건 등의 과정을 너무 자세히 보여주는데 이것이 모방범죄 충동을 낳을 수 있다"며 "생명존중을 위해 그런 일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1986년 출범한 KCRP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개 종단이 참가하는 연합기구로 1월 8일 아버지가 한강에 던져 숨진 어린 남매의 넋을 달래는 위령제를 서울 동작대교 남단에서 열고, 우리 사회의 심각한 생명경시풍조와 가정해체를 우려하는 '생명과 희망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불교계 역시 심포지엄 등을 통해 살인 등 반인륜적 범죄를 불교 사상적으로 분석, 해결방법을 모색한 뒤 이를 현실 조건에 맞는 실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올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생명존중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원불교도 기존의 낙태반대운동에 자살 중단, 어린이 사랑하기 등을 추가한 새로운 생명운동을 펴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교당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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