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 이틀째인 26일 미국과 북한은 전체회의와 양자접촉을 거듭하며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 등 핵심쟁점을 두고 절충을 벌였다. 북한과 미국은 각각 '핵활동의 포괄적 정지' '핵폐기 선언에 따른 3단계별 상응조치'라는 양보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그러나 양측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며, 협상은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이날 북측이 대표단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도 이 같은 진통의 산물로 보인다. 참가국들은 27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회담기간을 이틀가량 연장키로 했다고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북한과 미국의 양보카드
북한은 이날 모호한 용어를 구사하며, 미국과의 간극 메우기를 시도했다. 중국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포괄적으로 핵활동을 정지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북한측 발언이 HEU프로그램까지를 포함한다는 것인지, 또는 2002년 10월 수준의 핵동결 조치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2월 15일 노동신문을 통해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 않으며 시험도 하지 않고 이전도 하지 않은 동결조치'라는 내용의 발표를 한 바 있다.
미국도 비교적 유연한 태도로 북한측을 대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는 HEU를 포함한 완전한 핵폐기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3단계 협상안을 제시했다. 처음으로 대북 보상의 로드맵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제안도 '선 폐기 후 보상'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어서 북측의 기대치에는 크게 미치치 못한다.
한·중·러 에너지 지원 등 중재안
회담관계자는 "북미는 지난번처럼 설전이나 고성이 없이 진지하고 차분한 가운데 전체회의나 양자접촉에 임하고 있다"며 막판 절충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 정부는 에너지 지원책을 들고나와 북미간 중재에 나섰다. 이 방안은 그 동안 제기됐던 대북 보상조치 가운데 가장 구체적인 모양새를 띠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지원에 동참키로 하고 미국과 일본도 지지를 표명해 실제로 이행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정부는 어떤 형태의 에너지가 제공될 것인지, 참가국이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는 "우리의 목표는 핵폐기이지 동결이 아니다"며 "핵폐기합의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간동안 동결해서 국제감시하에 두자는 것이며 그 기간동안에 에너지를 공급하겠다"고 지원의 조건을 제시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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