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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하마터면 이 세상에 없을 뻔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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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하마터면 이 세상에 없을 뻔한 아이

입력
200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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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중요한 일로 어디를 급히 가야 하는데 그만 기차를 놓쳐 발을 동동 구르다 다음 차를 탔던 적은 없는지. 어쩌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그런 일들의 연속인지 모른다. 무엇인가 늘 조금씩 뒤로 밀리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기차를 놓쳐 다음 기차를 타지 않았더라면 저 사람과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결혼도 하지 못했을 거라든가, 그때 길에서 문득 거길 찾아가 볼 생각이 들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몰라, 하는 것들은 없는가.내 친구 중엔 전철을 타고 내릴 곳에서 못 내리고 두 정거장을 더 가는 바람에 지금 자신의 아내를 만난 친구도 있다. 그 집 아이들로 본다면 그때 아빠가 깜빡 졸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면 그 집 아이들은 그런다. 아빠, 자꾸자꾸 조세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신들이 있으나 없으나 세상은 똑같은 모습일 테고, 하마터면 그 자리에 자신들만 빠질 뻔한 것이다. 그러나 그건 그 집 아이들만이 아니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온 사연이 그럴지 모른다. 모두 서로에게 감사하게 살다 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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