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준의 선진축구를 현장에서 관전하는 것은 항상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 준다. 17일 유럽축구의 새로운 흐름을 익히기 위해 한국을 떠나 독일에 체류중인 나는 연 이틀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 1차전인 레알 마드리드―바이에른 뮌헨, 슈투트가르트―첼시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 봤다.바이에른 뮌헨―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는 8만4,000명을 수용하는 올림픽스타디움에도 불구하고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35만 명이 몰려 암표가격이 3,000유로(약 45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창구마다 매진이라는 간판을 내건 가운데 가족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아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는 유럽인들의 축구사랑은 언제 봐도 부럽기만 하다.
유럽에서도 A매치 이상 관심을 끄는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뮌헨―마드리드의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호나우두, 피구, 데비이드 베컴, 지네딘 지단 등 초호화 멤버를 보유한 레알 마드리드가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뮌헨이 경기를 압도했지만 결국 올리버 칸의 어이없는 실수로 무승부로 끝났다. 현장에 있던 독일의 축구영웅 로타르 마테우스도 "저 선수가 어떻게 저런 실수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정도였다.
경기를 보면서 내내 2006독일월드컵예선과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는 우리 대표팀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됐다. 아시안컵 우승은 물론 독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대표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비록 비겼지만 뮌헨의 플레이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인 뮌헨이 슈팅수 18―5에서 드러나듯 마드리드를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전환을 가능케 한 조직력이었다. 특히 뮌헨은 호나우두, 라울, 지단, 피구 등 개인기가 좋은 슈퍼스타들에게 볼이 넘어가면 3, 4명이 순간적으로 압박해 무력화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뮌헨은 잘 무장돼 있었다. 코엘류호가 지난해 오만과 베트남에 연패한 것은 기술적인 면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볼 때 월드컵 4강 신화로 들떠 있는 태극전사들이 배울 만한 점이었다. 코엘류호가 유럽 및 남미의 강팀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스피드와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한판이었다.
/바이어(독일)에서·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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