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처형장으로 가는 마지막 길에서도 끝까지 웃었다. 독일군의 눈을 피해 숨어 있는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아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인생은 아름다워’(KBS1 29일 밤 11시25분)의 마지막 장면이다. 감독, 각본, 주연을 맡은 로베르토 베니니(52)는 이 장면에서 익살스런 표정과 걸음걸이로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을 울리며 세계의 영화인으로 떠올랐다.
좌파 계열 감독 난니 모레티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꼽히는 그는 무성 영화 시대 위대한 희극 배우인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을 섞어 놓은 듯한 슬랩스틱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다. 밝은 웃음 속에 씁쓸한 의미를 담아 여운이 남는 희극을 만드는 게 그의 특징.
배우로서는 ‘다운 바이 로’(1986년) ‘지상의 밤’(91년) 등에서 돋보였으며, 97년에 개봉한 ‘인생은 아름다워’로 아카데미 영화제 3개 부문을 수상, 감독으로서도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2002년 감독, 주연을 맡은 ‘피노키오’에서 50세의 중년이 연기하기에는 부담스런 피노키오 역을 맡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으며 최악의 연기자에게 주어지는 23회 골든 래즈베리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수모를 겪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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