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자신이 재판을 맡았던 절도 피고인의 집을 찾아가 어려운 가정형편을 눈으로 본 후 쌀과 라면을 사 준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수원지법 여주지원 황윤구(43·사시 28회·사진) 판사는 올해 초 대구지법 형사2단독 판사 근무 당시 24회에 걸쳐 공중전화기를 파손, 53만원가량의 동전을 훔친 김모(37) 피고인의 재판을 맡았다.
김 피고인은 진술에서 "훔친 돈으로 쌀을 사먹었다"고 가정형편의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지난해 가을 절도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던 날 공중전화기를 턴 사실도 드러나 도벽이라는 의심도 들었다.
황 판사는 지난달 4일 대구 송현동에 있는 피고인의 집을 찾아갔다. 갈 때는 김 피고인이 가정형편을 속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지만 중병을 앓고 있는 노모, 산재로 손가락이 잘린 남동생, 이혼한 여동생이 두고 간 어린 조카 2명이 끼니도 거른 채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바로 슈퍼로 달려가 20㎏짜리 쌀 1포대와 라면 1박스 등 생필품을 사준 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사흘후 황 판사는 피고인에게 징역 6월을 선고, 공과 사를 분명히 했다.
황 판사는 "풀어주고 싶었지만 또 절도를 할 것 같아 실형을 선고했다"며 "피고인 외에는 가계를 꾸릴 사람이 없던데 걱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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