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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작년 안보리 이라크 표결 과정서 아난 총장까지 도청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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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작년 안보리 이라크 표결 과정서 아난 총장까지 도청 파문

입력
200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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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3월 유엔 안보리 이라크 전쟁 결의안 표결 추진과정에서 미국이 안보리 소속 외교관에 대한 도청을 영국정보기관에 요청했다고 폭로해 기소된 캐서린 건(29·여) 전 영국정보통신본부(GCHQ) 소속 직원이 25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26일에는 클레어 쇼트 전 영국 국제개발장관이 "영국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정탐활동을 했으며 그의 대화기록을 장관시절 열람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이라크전 강행을 위한 영국과 미국의 외교관 불법 도청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왕립검찰청(CPS)은 25일 런던형사법원서 열린 공판에서 "건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18분 만에 재판진행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즉시 건의 국가기밀누설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건은 판결 후 "정보기관도 법을 지켜야 한다"며 "그런 비밀메모를 또 본다면 곧바로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눈물을 글썽인 채 "미국이 영국에 유엔의 민주적인 절차를 해치기를 요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복잡했던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도·감청 정보기관인 GCHQ의 통역 요원이었던 건은 지난 해 2월 미국의 국가안보국(NSA) 고위 관료인 프랭크 코자로부터 놀라운 이메일을 받았다. 영국 정보기관이 이라크 전쟁에 대한 찬반입장이 분명치 않았던 앙골라 불가리아 카메룬 칠레 파키스탄 기니 등 안보리 소속 6개국 외교관들에 대한 전화도청, 이메일 조사를 실시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건은 고민 끝에 자유기고가에게 그 내용을 넘겼고, 3주 뒤인 지난 해 3월2일 옵서버지에 실려 전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영국 정부는 건이 국가기밀보호법을 위반했다며 6월 그를 해고한 뒤 재판에 회부했다.

인권단체들은 일단 정보기관의 내부고발자가 보호됐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검찰이 재판과정에서 이라크전에 대한 영국의 정보조작 의혹이 추가로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재판을 포기한 것 아니냐"며 토니 블레어 총리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블레어는 도청파문이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길 고대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블레어 정부 하에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다 사임했던 쇼트 전 장관이 주장한 '코피 아난 도청설'도 국제사회의 비난 수위를 한 단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칠레와 멕시코 등은 이달 초 영국의 외교관 도청에 대한 유엔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한바 있다.

블레어 총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쇼트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영국 정보기관은 완벽하게 국내법과 국제법 테두리 내에서 활동해 왔다"고 반박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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