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25일 학교교육 정상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준별 보충학습에서 학원강사를 배제키로 하자 보충학습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충학습에 학원강사를 기용하겠다는 17일 교육인적자원부의 발표로 사교육비 경감을 기대했던 학부모들은 "정규수업과 다를 게 없을 것"이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3 수험생을 둔 나모씨는 "학부모는 학교가 정규수업을 잘 해줄 때 보충학습에 대해서도 믿음을 갖게 된다"며 "지금처럼 정규수업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교사가 진행하는 보충학습에 얼마나 호응할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 전모씨는 "학원에 비해 학교의 교육 열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학원보다 저렴하면서 기존 보충학습보다 수준 높은 교육을 기대했는데, 교육부 방침이 뒤집어져 실망이 크다"고 시교육청을 비난했다.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자율학습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남의 한 학원 관계자는 "과연 강남의 학부모들이 자녀가 밤 10시까지 교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수용할지 의문"이라며 "학부모들은 자율학습을 시간낭비로 여기고 아이를 학원에 보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보충학습이 학원처럼 수준별로 강좌를 개설해 학생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고, 강좌의 인기도로 우열이 갈리는 교사들도 정규수업보다 열의를 쏟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적지 않다. J고의 한 교사는 "학부모가 원하는 스타강사는 그 수가 제한돼 있어 시교육청이 학원강사의 보충학습 강의를 허용했더라도 극히 일부만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자질 있는 교사 위주로 보충학습을 운영해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고교 교감은 "학교의 주체는 교사가 돼야 한다"며 "수준별 보충학습이 교사의 사기와 책임의식을 고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조 등 교원단체가 방과 후 보충학습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다 일선 학교가 준비할 시간도 태부족이어서 보충학습이 제자리를 잡는데까지는 많은 시간과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 시교육청의 보충학습 세부시행방안도 내달 중순에야 일선학교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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