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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섬에 갇힌 청춘, 파국을 부를 뿐"/ "발리에서…" 작가 김기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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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섬에 갇힌 청춘, 파국을 부를 뿐"/ "발리에서…" 작가 김기호씨

입력
200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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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러버'를 양산하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부작)의 종영(3월 7일)이 다가오며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발리에서 시작된 청춘들의 아슬아슬하고 현기증 나는 사랑은 과연 어떻게 끝이 날까?그 정답은 '발리…'의 작가인 김기호(45)씨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수정, 재민, 인욱 셋 다 죽습니다. 발리 현지에서 찍어두었던 대로 엔딩을 처리할 겁니다."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한 농가에서 '발리…'를 집필하고 있는 김 작가는 '비극적 결말'을 예고했다. 그렇다고 풍문처럼 대재벌인 팍스 그룹 막내둥이 정재민(조인성)이 자신의 사랑을 배반한 수정(하지원)과 필생의 연적인 인욱(소지섭)을 청부살인하고 자신도 자살하는 건 아니다. "입 밖에 내본 적이 없는데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청부살인이나 마약 같은 이야기는 안 나옵니다. 재민이 홧김에 인욱과 수정을 죽이려 하다 사고로 두 사람이 죽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재민이 자살하죠."

3년 전 발리에 여행을 갔다 작품을 구상하게 된 김 작가가 이 드라마가 결코 "네 명의 청춘들이 제각각 짝을 찾아 알콩달콩 잘 사는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고 믿는 이유는 선명했다. "'발리…'는 계급 갈등, 가진 자의 위선, 가난한 사람들의 박탈감 그런 것들이 녹아있죠. 최상위 계급인 재민과 최하위 계급에 가까운 수정이 사랑을 나누게 되면서 이런 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이 열린 듯 보이지만 결국 그들도 각각의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죠." 작가는 우리 시대의 불완전한 사랑을 대변하는 인물을 통해 "아무도 양보하려 들지 않는 욕망이 결국 어떤 종말을 맞이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가 '발리…'을 통해 꼭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 만은 아니다. '별은 내 가슴에'(1997) '천년지애'(2002) 같은 가볍고 말랑말랑한 트렌디 드라마를 부인 이선미(41)씨와 공동 집필해온 그 아닌가. "드라마는 작가 개인의 생각을 담는 장르가 아니라 대중에게 봉사하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죠." '뭐니 뭐니 해도 드라마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믿는 그가 드라마에서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를 인용한 건 의외의 일이다. "제 서재에는 그람시의 책이 없어요. 어려운 책을 보면 잠이 쏟아져서요. 왜 드라마에서도 인욱이 수정에게 잠이 안 오면 보라고 건네주잖아요." 그런 그가 굳이 그람시를 드라마에 끌어들인 건 순전히 불공평한 세상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인욱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내기 위해서 였다.

그는 연극배우 였던 부인과 연기를 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사가 '입에 착 달라 붙을 때까지' 대본을 고친다. 그렇게 품을 많이 들인 '발리…'의 성공에 대해 작가는 "캐스팅이 완벽했다. 하지원, 소지섭, 조인성 등이 당초 기대치에 200%를 넘어설 정도로 연기를 잘 하고 있다"며 연기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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