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권의 최대 관심은 은행장 인사다. 임기 만료되는 우리금융지주회사 경영진과 공석중인 중소기업은행장이 그 대상이다.두 곳 모두 정부출자 은행이다. 과거 관행이라면 행장은 당연히 관료출신의 몫이다. 하지만 행장 물색작업이 시작돼 후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면서 두가지 상반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더 이상 금융기관이 '낙하산 착륙장'이 되어선 안된다는 '관료출신 불가론'과 중요한 것은 능력이며 관료라고 역차별 받아서는 안되다는 '출신불문론'이다.
다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3년전 우리금융 최고경영자 인선때를 돌아보면 답이 보일 듯도 싶다. 당시에도 출신 논란은 있었지만, 정부는 새 출범하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투명·자율경영 의지를 담고 관치논란을 종식시키려면 무리가 있더라도 민간에서 찾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국제 금융에 밝은 40대 젊은 피'를 영입한다는 파격적 방침이 세워졌고, 실제로 40대 순수 민간 금융인사였던 하영구 씨티은행 대표(현 한미은행장)와 황영기 삼성투신사장(현 삼성증권사장)이 최종물망에 오르기까지 했다.
3년이 지났지만 금융통화위원 인사나 LG카드 처리과정을 보면 아직도 금융 곳곳에서 관치 냄새가 풍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출신이 상업 금융기관의 장에 임명된다면, 금융자율화의 시계는 3년전 훨씬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설령 투명한 공개경쟁에서 관료출신이 선발되더라도, 시장에선 관치시비가 일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유능한 관료 출신들에겐 분명 역차별이다. 그러나 이헌재 부총리가 종종 말하듯 그것은 관치시대를 살았던 '업보'다. 관치의 소멸, 자율금융의 정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만이라도 시중금융기관장은 시장에서 나와야 한다.
이성철 경제부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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