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25일 기독교 신학생에게 공공 장학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판결하자 미국 사회가 다시 한번 종교 논쟁에 휩싸였다.대법원은 주정부가 특정 종교를 지원할 수 없다는 '종교―정치 분리 원칙'에 입각, 세금으로 마련된 공적 자금을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이에게 지원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 후 교회와 보수단체들은 "판결이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비신자와의 차별을 낳을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번 사건은 1999년 워싱턴주로부터 장학금 지급 약속을 받은 조슈아 데이비라는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 경영학과 신학을 복수 전공하는 이유로 장학금을 박탈당하면서 시작됐다.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이 판결에 대해 논란이 분분한 것은 미국이 서구 어느 나라보다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앨라바마주 대법원 청사의 십계명을 철거하라는 연방법원 명령에 주대법원장이 사표를 던지면서까지 거부한 데서 알 수 있듯 미국인을 지배하는 것 중 하나는 종교이다.
BBC 방송은 '세상은 하나님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프로그램에서 미국인의 85%가 기독교(신·구교 유대교) 신자이며, 60%는 종교를 생활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abc 방송 여론 조사에서 미국인의 60%가 창세기, 노아의 방주, 모세의 기적 등 성서의 내용을 '글자 그대로' 믿고 있으며, 40%는 주 1회 이상 종교 의례에 참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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