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수가 18개월 연속 증가해 380만명에 육박,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신용불안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가까스로 신용불량의 딱지를 떼내 주면 몇 개월도 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연체의 늪에 빠지고, 한도 축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돌려 막기 관행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3월 중 복합적인 신용불량자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면서 동시에 효과적인 해법을 도출해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상반기 400만명 돌파 우려
은행연합회는 26일 1월 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는 376만8,305명으로 지난 연말(372만31명)보다 1.3%(4만8,274명)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상반기 중 4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우려된다. 10대와 20대 신용불량자는 각각 11.76%, 0.61% 줄어들었지만, 30대(1.82%)와 40대 이상(1.76%)은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 4월을 정점(4.37%)으로 개인 신용불량자 수 증가 폭은 점차 완화하는 추세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1월 1.30%(4만8,274명)의 증가폭은 지난 1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숫자 못지 않게 내용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가정을 꾸리고 있는 30대 이상 중·장년층의 신용불량자 수는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고, 특히 30대·40대 여성들의 신용불량자 등록이 급증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미 남편이 신용불량자로 등재돼 생활력을 상실한 가정에서 부인까지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힐 경우 도저히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구제해줘도 다시 연체
신용불량자 구제책도 별 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채무재조정을 해 준 2만3,000여명 중 40∼50% 가량이 불과 1개월 뒤 다시 연체 상태에 빠졌다.
정부 시책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 제도에서도 신용불량자 재발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 현재 지원 대상자 3만7,640명 중 1.57%인 594명이 채무 상환 약정을 이행하지 못해 다시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한계 신용불량자도 여전
복수 카드 소지자들의 '돌려 막기'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가 감사원에 제출한 복수 카드(신용카드 4장 이상 소유) 소지자의 카드 이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카드 이용 실적이 있는 300만명의 현금서비스 이용 비중은 무려 74.4%에 달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한도 축소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돌려 막기를 하고 있는 한계 선상의 잠재 신용불량자가 많다는 증거" 라며 "현금서비스가 20%대 후반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중 상당수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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