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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달리:대중문화' 展/달리 탄생 100주년 "스페인은 축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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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달리:대중문화' 展/달리 탄생 100주년 "스페인은 축제중"

입력
2004.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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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렇게 광적인 스페인 사람의 원형은 처음 보았소!" 20세기 현대회화의 문을 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정신분석학의 비조 프로이트를 만나기 위해 세 번이나 빈으로 그를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한다. 마침내 런던에서 둘이 만났을 때, 프로이트는 달리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올해는 살바도르 달리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스페인은 달리의 삶과 예술을 돌아보는 전시, 토론회, 영화제, 콘서트 등으로 열띤 축제 분위기다.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성을 마주보고 있는 전시장 카이샤 포럼(Caixa Forum). 도심 거리가 한산하게 느껴지는 휴일인 지난 15일, 유독 카이샤 포럼 앞길만은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달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월 6일 개막, 5월 23일까지 이곳에서 열리는 대형전시 '달리: 대중문화(Mass Culture)'를 보기 위해 몰려온 관객들이었다. 전시장 바깥은 물론 매표소를 지나서도 남녀노소 관람객들이 구불구불 1㎞는 족히 되는 문자 그대로 장사진을 이루며 관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 뿐만이 아니다. 바르셀로나 도심 한복판인 카탈루냐 광장 주변은 카이샤 포럼의 이 특별전을 알리기 위해 달리의 얼굴을 새긴 붉은색의 깃발 안내문들이 거리를 온통 물들이며 나부끼고 있었고, 최대의 번화가인 람블라스 거리 뒤편 크고 작은 미술관들도 저마다 달리와 관련한 전시들을 열고 있었다. 외국 관광객들이 묵는 호텔은 달리가 즐겨 그린 달걀과 달걀 프라이를 소재로 한 조형물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달리: 대중문화'는 바르셀로나의 '갈라―살바도르 달리 재단'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마드리드의 국립 소피아 왕비미술관 등 스페인은 물론, 네덜란드 등 유럽과 미국의 주요 미술관 소장품 400여 점을 한 자리에 모은 대규모 전시다. '달리와 20세기의 모든 예술가들에게 핵심적인 문제인 예술과 대중문화의 관계를 규명한다'는 게 전시의도. 전시장은 8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밀레의 '만종'을 초현실주의 회화로 표현한 1932년 작 '만종' 등 대표작을 포함한 달리의 회화와 그가 만든 설치, 디자인, 신문 일러스트레이션, 영화필름 등과 사진작가 만 레이 등이 찍은 달리의 사진, 앤디 워홀이 16㎜ 필름에 담은 달리의 영상 등 방대한 자료들이 망라됐다.

스페인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연중 달리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는 전시들이 열릴 예정이지만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특별하다. 바르셀로나 북부 농촌지역인 피게라스에서 태어난 달리는 마드리드 왕립미술학교에 들어갔지만 기행을 일삼다 퇴학 당한다. 그가 의식의 세계만을 다루던 기존 미술과는 판이한, 무의식의 세계를 최초로 회화에 도입해 적어도 회화에 있어서는 근대와 구분되는 현대의 이정표를 세운 작품들로 1926년 첫 개인전을 열어 이름을 알린 곳이 이곳 바르셀로나였다.

달리는 괴짜였다. 미치광이, 광대, 쇼맨 등이 그를 평생 따라다닌 수식어였지만 스스로는 천재를 자처했다. "인간 달리를 미워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달리를 빼놓고 20세기의 얼굴과 빛깔을 상상할 수는 없다." 프랑스 비평가 미셸 보르도의 이 말처럼 달리는 그의 작품과 생애로 20세기 인간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그 얼굴은 달리 이전에는 모르고 있던 우리 자신의 얼굴이다.

엘 그레코에서 고야로 이어지는 스페인 예술의 엄정함에다가 달리는 인간의 무의식을 결합시켰다. 시계를 흐물흐물 녹여버리고, 살아있는 여인의 나신들로 해골 모양을 만들고, 고전적 여신상을 자신이 평생 사랑한 여인 갈라의 나신으로 대체시켜 버린 그림에서 달리는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몽환, 과대망상, 착란 같은 회화를 통해 그는 무엇을 드러내려 했을까.

달리는 "어떤 사람에게는 내 인생이 혼란스럽게 보일 수도, 악마의 냄새를 풍길 수도 있겠지만… 나의 변신은 전통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끊임없이 변신시킴으로써 기계적인 것, 합리적인 것, 이성적인 것, 일상적인 것에 길들여져 버린 우리의 눈과 사고에 충격을 주려 했다. 끝없는 기행을 통해 그는 스스로의 삶마저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려 한 작가였다.

한국에도 달리의 작품이 온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달리가 디자인한 의상, 보석, 가구 등을 선보이는 전시를 6∼9월 개최할 예정이다.

/바르셀로나=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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