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민간 직업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UBC)이 올해로 성년을 맞았다. 1984년 창단 이후 20년, UBC는 국립발레단과 더불어 한국발레의 두 기둥으로 성장했다. 창단 당시 UBC의 수명이 과연 얼마나 오래 갈지조차 의심스러울 만큼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발레가 주요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무용수의 입상소식이 줄을 이을 만큼 장족의 발전을 한 데는 UBC의 역할이 컸다.UBC의 성장은 러시아와 미국 등에서 초청한 발레교사들의 체계적인 지도, 발레 강국 러시아 키로프발레단과의 지속적 교류에 힘 입은 바 크다. UBC의 초대 예술감독 에이드리언 델라스는 1976년 선화예술학교 발레교사로 부임해 러시아 명문 발레학교인 바가노바 방식으로 9년간 어린 학생들을 훈련시켜 UBC의 토대를 마련했다. 1998년부터 UBC를 맡고 있는 예술감독 올레그 비노그라도프는 키로프발레에서 22년간 예술감독을 지낸 맹장이다.
UBC는 올해 국내에서 '라 바야데르' '백조의호수' '심청' '호두까기 인형' '현대 발레의 밤'을공연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여름에 미국순회공연을 떠난다. 인터넷 동호회 중 20군데를 선정해 UBC를 알리고, 티켓판매로 연결하는 'UBC 네티즌 서포터즈'를 띄우고 후원회도 만들 계획이다.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첫 공연으로 3월 8∼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리는 '라 바야데르'는 출연 무용수가 150여 명에 이르고, 대형 코끼리가 무대에 등장하는 화려한 대작이다. UBC는 이 작품을 1999년 국내 초연했고, 2000년 재공연했다. 2001년 미국순회공연에서는 볼쇼이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 힌두교 사원의 무희 니키아와 젊은 전사 솔라, 왕국의 공주 감자티의 삼각 관계에서 벌어지는 사랑, 배신, 죽음, 용서의 드라마다. 이 작품은 매우 호사스럽고 볼거리가 많다. 1막에서 솔라는 코끼리(모형)을 탄 채 호랑이사냥에서 돌아온다. 2막 솔라와 감자티의 결혼축하연은 앵무새춤, 물동이춤,북춤, 황금신상의 춤 등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무관하게 볼거리로 만든 춤)의 연속이다. 특히 황금신상의 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에 금칠을 한채 추는 남성 독무로 유명하다. 번쩍번쩍 호화찬란한 1, 2막과 달리 32명의 발레리나가 새하얀 튀튀(발레 치마)를 입고 푸르스름한 조명 아래춤추는 3막 '망령들의 왕국'은 '백색 발레'의 신비감을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의 주역은 임혜경―황재원, 강예나―엄재용, 황혜민―왕이 세 팀이다. 1998년 아메리칸 발레시어터로 옮겼던 강예나, 1년간 해외 연수를 떠났던 임혜경의 복귀 무대이기도 하다. 연주 코리안심포니, 지휘 블라디미르 륄로프. 2만∼10만원. 3월 8일 개막공연은 전석 20% 할인. 예매 1588―789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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